반세기라는 짧은 기간, 빈곤을 풍요로 전환하기 위해 울산에서는 수많은 ‘도전’이 행해졌다. 석유로, 배로, 자동차로, 울산이 행하는 도전의 모양이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바뀌는 동안 하늘은 늘 잿빛이었고, 불이 꺼지지 않은 밤은 환했다.
울산광역시 조선사업본부와 고래문화마을] ⓒ2024.울산시청.All rights reserved.
‘잘 살고 싶은’ 이들이 모여드는 도전의 땅. 부유와 풍요로 대표되는 도시에서의 삶은 정말 윤택했을까? 공장과 굴뚝으로 가득한 도시에서 ‘잘 살고 싶은’ 이들의 바람은 실현되었을까? 녹색 공간에서의 쉼을, 푸른 바다의 생명력을, 벌이가 아닌 놀이에 대한 염원은 어떻게 충족되었을까? 현 세기가 요구하는 윤택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 지금의 사람들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울산은 새로운 모양의 도전을 준비한다. 회색 공장도시에서 다채로운 문화도시로, 버는 만큼 쓸 수 있는 향유의 도시로, 자연과 일상이 어우러진 공존의 도시로의 변화를 꾀하는 울산을 찾아가 보았다.
내일의 울산, 문화로 도전 | 2024 울산문화박람회
차가운 철제 구조물과 쉼 없이 뿜어지는 매캐한 연기. 딱딱한 콘크리트 건물이 즐비한 단조로운 풍경. 사람 사는 이야기가 흐를 것 같지 않은 메마른 도시에서의 결핍은 필연적이다. 동서로 흐르는 태화강과 고래가 뛰놀던 널따란 바다를 품고 있음에도 사람들은 즐길 거리를 찾아 삭막한 울산을 벗어난다.
그러나 울산에도 분명 이야기가 있다. 유구한 역사의 유산이 사람들로부터 전해진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지는 울산의 도전을 사람들은 끊임없이 기록하고 계승한다. 그렇게 전해지는 이야기는 새로운 문화로 지역 한 켠에 자리한다.
-울산문화관광재단 서정민 팀장
[2024 울산문화박람회 현장]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법정 문화도시 사업이 2년 차로 접어든 가운데, 올해로 2회를 맞은 <2024 울산문화박람회>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내일의 울산, 문화로 도전!’을 주제로 문화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증명하기 위해 울산문화관광재단과 123여개 기관이 저마다의 이야깃거리를 들고 한 자리에 모였다. 120만 울산 사람들의 다채로운 이야기가 다양한 부스를 통해 펼쳐졌고, 박람회가 진행되는 나흘 간 울산전시컨벤션센터는 시민을 비롯한 2만 1000여명의 방문객의 발걸음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2024 울산문화박람회 현장]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울산의 전통문화자산을 만날 수 있는 ‘다시 보는 울산’과 체험을 통해 5개 구·군 문화관과 지역문화예술단체 및 기업의 협력과 연대를 볼 수 있는 ‘함께하는 도약’, 청년예술인을 중심으로 지역문화의 미래를 만나는 ‘꿈꾸는 미래’, 그리고 문화전환PD와 시민홍보단, 생활문화동호회가 함께하는 ‘도전하는 우리’까지. <2024 울산문화박람회>에서는 네 가지 테마로 울산의 이야기를 전했다.
[2024 울산문화박람회를 즐기는 방문객들]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우리의 소리가 모두의 음악으로 | 2024 울산에이팜
<2024 울산문화박람회>이 열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는 동일 기간, <2024 울산에이팜(Ulsan Asia Pacific Music Meeting)>이 개최되었다. 사흘간 진행되었던 행사에서는 관계자 간 교류를 위한 '울산에이팜 포럼', 해외 진출 상담 창구인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되었으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우수한 기량의 지역 아티스트들을 만나는 '로컬리티', 유망한 국내 창작 아티스트를 전문가와 관객에게 소개하는 '쇼케이스', 개성 있는 음악으로 인지도를 쌓아가고 있는 '초이스' 아티스트 등이 화려한 공연으로 행사의 재미를 더했다.
[2024 울산에이팜 홍보용 현수막과 리플렛]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올해로 13회를 맞은 <울산에이팜>은 지역 고유의 정체성이 담긴 음악을 전세계에 소개하고 국내·외 음악 관계자들의 실질적 네트워크 기회를 제공하며 비수도권 유일의, 더 나아가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뮤직 네트워크 플랫폼’의 역할을 해왔다. 전문가 중심의 플랫폼이었던 이전과는 달리, 올해는 시민에게 개방하기 위해 장르의 폭을 넓히는 등의 시도가 이어졌다.
[울산문화박람회 중 울산에이팜 안내 배너와 홍보 부스]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12년간 지속한 <울산에이팜>을 포함, 노동도시의 정체성을 담은 소리문화, 산업과 함께 발전해 온 지역음악에 대한 울산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국가 산업수도이자 광역지자체 최초 법정 문화도시, 그리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음악중심도시로의 도약을 위해 120만 시민과 함께 끊임없이 도전하는 <울산문화박람회>와 <울산에이팜>의 다음 행보를 기대해본다.
지혜와 성찰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 지관서가(止觀書架)
지금 우리는 ‘문명의 대전환기’를 살고 있다. AI로 대표되는 첨단기술은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모든 것들이 하루하루 다른 모습과 낯선 언어로 우리를 맞이한다.
정교하게 만들어진 기계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전례 없는 격변의 시대. 인공의 무언가와 인간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이어진다. 인간이 주입한 논리대로 움직이는 기계와는 달리 인간은 감정과 이성의 조합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다. 호기심과 신념, 욕망을 가지고 무언가를 결정하고 행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에게 ‘지혜를 통한 성찰의 시간’은 필수적이다. 오랜 시간 사회를 구성해 온, 그리고 지속해 나갈 단위는 여전히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스트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머물러 사유할 수 있는 여유는 주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공업도시에서 고된 삶을 지속하는 이들에겐 지혜를 발휘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지관서가 울산대공원점과 선암호수공원점]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그렇기에, 울산에서는 <지관서가(止觀書架)>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어제보다 조금 더 잘 살아보기 위해 멈추어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시작하는 행위에 대한 용기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지역은 유휴공간으로, 기업은 재원으로, 재단은 아이디어로 머리를 맞대었다.
‘멈추어 서서 바라볼 수 있는 서가’라는 의미를 담은 이름의 <지관서가>는 지역민들에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120세를 기대할 만큼 몸은 건강하지만, 고된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분주함을 잠시 멈추고 나 자신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사유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 울산시립미술관점 근무자 (울산 동구 시니어클럽 소속)
[지관서가 울산시립미술관점과 필수적 필사]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서가명 | 울산대공원 | 장생포 | 선암호수공원 | 유니스트 | 시립미술관 | 박상진호수공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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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테마 | 관계 | 일 | 나이듦 | 명상 | 아름다움 | 영감 |
소재지 | 울산광역시 남구 대공원로 94 | 울산광역시 남구 장생포고래로 110 | 울산광역시 남구 선암호구실 150 |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 학술정보관 | 울산광역시 중구 미술관길 72 | 울산광역시 북구 공정동 4-9번지 일원2 |
[ 6개의 지관서가 ]
<지관서가>는 착한 운영으로 시민들을 찾고 있다. 지역민과 지역사회와의 공동체주의를 바탕으로 울산이 가진 지역의제와 생태계를 고려해 운영 주체와 방식을 결정한다.
- 울산시립미술관점 근무자 (울산 동구 시니어클럽 소속)
[울산시립미술관점 시니어 근무자들의 모습]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여섯 개의 서가에서는 각 인생 테마에 맞는 다양한 인문활동을 만날 수 있다. ‘재단법인 플라톤 아카데미’가 기획하는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으로 인문학 프로그램에 목말랐던 지역민들의 발걸음이 모여든다. 시인의 강연을 들은 할머니가 시를 써보고 아이가 그림책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등 <지관서가>에서는 연령을 불문하고 모든 사람들이 인문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지역민들은 자연 속에서 인문학을 통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과 위로를 나눈다. 그렇게 <지관서가>는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며 ‘인문학 활동의 거점’으로서 울산에 자리한다. <지관서가>는 지역 인문학 개선에 끊임없이 도전할 계획이다. 인문학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해 경계를 허물고 널리 확산될 <지관서가>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장생포점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새로운 문화의 보물창고 | 장생포문화창고
철이 부딪히며 내는 소음, 시야를 가리는 뿌연 연기, 칙칙한 건물이 가득한 도시에서 물질적 풍요는 정신적 행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잘 사는 만큼 잘 살아내기 위해 회색도시의 시민들은 끊임없이 녹색공간을 염원했다. 이에 응답이라도 하듯 ‘태화강 살리기 사업’이 시작되었고, 생태환경 재생사업이 이어지면서 자취를 감추었던 고래와 철새들이 다시 울산으로 모여들었다. 제 색을 찾는 지역을 보며 시민들은 근사한 일상의 자랑 수단이 아닌, 일상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을 그렸다. 크고 화려한 ‘건물’이 아닌 여유와 누림이 있는 ‘공간’을 갈망한 것이다.
[장생포문화창고 외부]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2021년 6월 개관 이후 불과 3년 만에 지역 문화예술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한 공간이 있다 폐산업시설을 활용한 문화 재생 사업으로 재탄생한 <장생포문화창고>가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한 울산에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며 지역의 핵심 문화공간으로 도약한 것이다. <장생포문화창고>는 그동안 울산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다채로운 콘텐츠를 공유함으로써 지역의 문화인프라 수준을 한 단계 성장시켰고, 특색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민 누구나 문화 안에서 여유와 누림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왔다.
- 장생포문화창고 안내 담당자
[장생포문화창고 체험관과 전시관]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푸드코트가 위치한 1층을 시작으로 층층이 다른 공간들이 지역민들을 맞이한다. 공업도시의 내면과 이면을 볼 수 있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기념관’이 들어선 2층과 젊은 세대의 호응이 높은 3층 미디어아트 전시관을 지나면 지역예술인들의 창의적인 작품을 경험할 수 있는 4층 ‘시민 참여 예술 광장’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공간에선 독특한 작품을 통해 울산의 지역성을 문화예술에 담고자 한 예술인들 고뇌를 엿볼 수 있다.
- 장생포문화창고 안내 담당자
어업이 쇠퇴하면서 공업 역사의 길로 들어선 장생포의 상징성을 ‘일’이라는 인생 테마로 표현했다. 이곳 6층에 지관서가 2호점 <장생포 지관서가>가 위치하고 있으며, 인문과 예술, 산업이 만나는 융합공간을 모토로 시대에 맞추어 2막을 연 장생포의 새로운 도전을 여과없이 담아내고 있다.
- 장생포문화창고 안내 담당자
[지관서가 장생포점에 비치된 서적]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경제 발전의 염원을 담은 발파의 폭음이 울산 전역에 울려 퍼지던 날, 대한민국 공업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출범에 따라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된 울산은 지난 60여 년간 경제수도로 기능하며 수출 1조 달러 시대를 이끌었고, 국가경제발전의 근간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이룩해왔다.
광역지자체 최초 법정문화도시로 지정된 울산은 산업에서 '문화'로 도시 경쟁력을 향상시키며 120만 시민과 함께 ‘꿈꾸는 문화공장, 문화도시 울산’으로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울산의 문화적 가치와 가능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문화와 산업을 결합한 콘텐츠로서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보다 많은 시민들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지역 곳곳에 ‘머물러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장생포와 울산대공원] ⓒ2024.울산시청.All rights reserved.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 울산도 새로운 도전을 통한 도약을 꿈꾼다. 녹색 공간에서의 쉼을, 푸른 바다의 생명력을, 놀이에 대한 염원을 담아 지역과 기업, 120만 시민이 함께 만들어갈 문화도시 울산의 무한한 도전과 전진에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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