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러싼 바다는 하나인데 그 물의 색이 어느 곳은 파랗고 어떤 곳은 검푸르며 또 다른 곳의 바닷물은 눈부신 청록색으로 각기 다른 곳. 제일 가까운 육지와 80키로 정도 떨어진 거리지만 그 땅의 흙과 돌은 육지의 것과는 너무나 달라서 섬의 많은 장소가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기도 한 곳.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산이면서, 강하기도로 유명한 설문대할망신이 바지런히 만들었다는 한라산이 가운데 자리잡은 섬. 그 설문대할망신 설화를 비롯, 수많은 설화를 간직한 신비의 섬 제주도.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리에는 신비로워 보이는 입구의 서점이 있습니다. 짙은 녹음 사이에 자리잡은 회색의 건물은 제주의 바람을 막기 위해 지은 돌담집의 모던한 변신 같기도 한, 모양북살롱이마고 제주 아카이브센터입니다.
[따듯한 분위기의 북살롱이마고 내부]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짙은 초록의 섬. 제주의 돌을 쏙 빼 닮은 인문예술책방
신비의 느낌의 외관과는 달리 이마고의 내부에는 따듯한 반전이 있습니다. 사람냄새가 가득하죠. 나무향의 책장과 곳곳의 레트로 소품들, 세월의 흔적이 배인 책상과 의자들.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책의 예쁜 표지들이 시선을 잡아 끕니다. 마치 제주의 넓은 길을 벗어나 한참을 걷다 마주친 올레길 한 구석의 아름다운 공간처럼 말이죠. 그리고 주인장의 취향을 반영한 책을 전시하고 편안한 공간을 제공하는 일반 독립서점과는 달리 북살롱이마고는 여러 사람의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신비한 외관, 그 안에 아름다운 곳곳들, 그 장소들이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마치 제주도와 닮았습니다.
[짙푸른 녹음 안에 자리잡은 북살롱이마고]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2017년 8월에 문을 연 이 곳에서는 서울에서 인문서 출판사를 운영했던 김채수 대표가 오랜 출판 경험을 살려 엄선한 좋은 인문서와 디자인, 예술서, 자연친화적인 삶에 대한 책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문서를 필두로 자연, 제주등에 대한 책을 주제로 한 북토크 뿐 아니라 낭독회, 도서전시회, 공연등이 열리고 있는데요. 재미있게도 책방이지만 건강한 먹거리를 주제로 하는 쿠킹 클래스가 열린 적도 있습니다. 오픈 초반에는 생활발효연구소를 열어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하기도 했으니까요. ‘책과 요리를 통해 세상을 이롭게 우리 몸을 이롭게’ 라는 소개글에서 알 수 있듯이, 좋은 책만큼 건강한 음식은 건강한 시골라이프의 기본이니까요.
[정겨움이 느껴지는 북살롱이마고의 제주도 오일장 에디션]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제주는 많은 먹거리를 대부분 재배 한다고 하죠. 현재는 지역의 농부들과 함께 ‘농산물도 판매하는 책방’을 진행 중입니다. 제주 지역의 다양한 로컬브랜드를 소개하고 판매도 하면서 서로 상생해 나가는 거죠. 관광만을 생각하고 방문한 사람들에게는 제주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와 그들의 삶에 한 걸음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노란 과실처럼 하나씩 영글어가는 제주의 이야기들
북살롱이마고는 디자인회사 이마고에서 운영하는 책방이자 로컬브랜드숍이기도 하지만, 제주 아카이브 센터이기도 합니다. 김대표는 출판사를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제주의 이야기를 하나씩 기록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제주지역이나 제주역사에 관련된 서적을 배치하는 것부터 해서, 여행을 하며 만난 사람들, 다니면서 접한 제주의 생활과 문화를 기록해 나가죠.
[북살롱이마고 제주아카이브센터]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북큐레이터의 소개란은 평소 독립서점에 관심이 있는 방문객들이라면 익숙하겠지만, 서점의 주인장이 직접 엮은 책까지 만나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접하는 간접경험의 힘이 알려진 지금, 제주를 다니며 느낀 주인장의 감정을 같이 공감할 수 있다면, 제주의 아름다움이 더 색다르게 다가오지 않을까요.
인문서 출판사를 운영했던 오랜 경험과 제주에서 지내며 보아온 일상이 만나 어떤 이야기들이 펼쳐질지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북살롱이마고의 다양한 서적]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한 사람은 인생은 하나의 역사라고 하죠. 제주에도 위인이나 유명인들이 있습니다만, 북살롱이마고 아카이브센터에서는 특별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바로 마을 어르신들의 자서전 ‘제주 동네 어르신 자서전’입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때는무척 생소하고 어색해 하셨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세상에 책이 나온 후 무척이나 기뻐하셨다고 합니다. 자신에게는 물론 자녀, 가족들에게까지 기쁨을 선사하는 기획이었다고 하죠. 북살롱이마고 한 쪽 벽에는 그렇게 만들어진 한 사람의 사랑스러운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같은 땅에서 같은 시간을 당신은 어떻게 보내셨을지, 혹는 육지에서 떨어진 그 먼 곳에서, 옛날 그 시절에는 어떻게 사셨을지.
읽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올 각자의 서사들은 흥미를 주는 제주의 설화들보다 더욱 진하고 뭉클하게 마음을 두드립니다.
[(좌]동네어르신자서전과 (우)영상아카이브]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북살롱이마고에서는 나의 발자취도 남길 수가 있는데요. 한 켠에 조로록 놓인 ‘제주 메모리즈’ 노트입니다. 내가 기억하는 제주, 와보고 느낀 북살롱이마고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죠. 글이 서툴다면 사진을 붙이는 사람도 있고 그림을 그려 넣어도 되죠. 내가 기억하는 제주가 어떠한 모습이었지 되새기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될지 생각만해도 두근거리는 추억 한 장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제주도. 사람이 사는 땅, 사람의 이야기를 담으려는 노력
자극적인 매체들이 넘쳐나는 지금, 조금씩 세상의 속도를 늦추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쇼츠 대신 책을 보려 하고, 인스턴트 제품 대신 유기농 식품에 관심을 갖기도 하죠. 늘어가는 독립서점이나 비건식당 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는데요. 이 곳 역시 지구의 시간을 조금씩 늦추고 있습니다. 공간활용에 폐자재를 이용했을 뿐 아니라, 아기자기한 굿즈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들이죠.
세상의 척박함은 물질뿐만 아니라 정신에서도 드러납니다. 결과위주의 교육과 생활이 당연시해진지 오래고 여러 갈등들이 고조되어가는 지금. 그 원인을 인문학의 부재에서 뽑는 소리가 조금씩 들립니다. 인문학이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건전한 상식이 통하고 타인을 공감하는데 기초를 두는 건강한 생각.
[(좌]북살롱이마고의 북토크 (우)북살롱이마고의 굿즈]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김대표의 또 다른 꿈은 이 곳에서 지역 청소년들에게 자기를 돌아보게 하는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인데요. 나를 찾고 타인을 이해하는 것. 바삐 살아온 만큼 놓친 것들을 되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지역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젝트는 ‘우리마을 구구탐(구석구석탐방기)’이라는 책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이야기들이 계절이면 제주를 귤 빛으로 물들이는 과실처럼 귀여운 결실로 서점을 빛내고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은 힐링을 이야기합니다. 푸른 바다, 육지와는 다른 자연. 그러나 마음과 정신의 휴식이야말로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요. 책 냄새, 통창으로 보이는 녹음, 나뭇잎 부딪히는 소리, 자극이 없는 색의 조합들이 만들어내는 너무나 잘 어우러진 북살롱이마고. 이 곳에서는 흐르는 시간을 온전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북살롱이마고의 내부] ⓒ2024.북살롱이마고.All rights reserved.
제주를 만들었다는 설문대할망은 창조의 여신이기도 합니다. 하늘과 땅이 달라붙은 곳을 보고는 그 세계를 열어보고자 했죠. 문화와 창조는 뗄래야 뗄 수가 없습니다. 새로운 세계를 여는 것과도 같죠. 북살롱이마고가 터를 잡아 조금씩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고 지역문화의 장을 열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꺼내듯이 말입니다.
제주도. 신비의 섬이라고 하지만 결국 사람이 사는 곳입니다. 아름다운 바다는 해녀들의 치열한 삶의 터전이기도 하고, 역사적, 지질학적으로 인정을 받은 땅은 육지 못지 않게 수많은 아픈 역사를 품고 있죠.
녹음이 가득한 곳에 자리잡은 북살롱이마고 아카이브 센터.
호기심을 일으키는 많은 설화를 품은 제주만큼이나, 북살롱이마고 안에는 제주와 제주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진한 이야기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북살롱이마고 제주아카이브 센터
<위치>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 세화강왓로 78
<운영안내>
월,화 정기휴무
수~일 11:00 ~ 18:00
<북살롱이마고 제주아카이브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imago_jeju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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