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예술만이 고난과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정당화하고 사람들에게 살아갈 힘을 불어넣는다." 살아생전 끊임없이 삶에 대해 사유했던 독일의 실존주의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것을 넘어, 문화예술이 정말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우리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모두작가 이번 시간에는 실제로 우리 삶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내는 분들과 함께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좌담회 참석자
주제 및 참석자 소개
모두작가 진행을 맡은 우지연입니다. 이번 시간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을 모신 만큼 공공보건, 지역문화, 사회복지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문화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사회에는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함께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먼저 모두작가 독자분들께 본인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2024.지역문화진흥원
우지연 이사
제 소개 먼저 드리겠습니다. 90년대 중반, 정부에서 '문화의 집'이라고 하는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을 만들었는데요. 오늘날 생활문화센터의 전신이라고 볼 수도 있죠. 저는 그 문화의 집 운영을 지원하는 한국문화의집협회에서 18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현재는 사람들의 자신만의 삶의 기준과 방향을 찾아 문화적 삶을 향유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하루의 축'이라는 회사를 설립해 활동하고 있어요. 전반적으로 지역문화 분야에서 활동을 하고, 올해 포항 지역에서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 PM을 함께 맡기도 했습니다.
우지연 이사
사실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공보건 분야와 만나는 일이 흔치는 않습니다. 공공보건의 관점에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이호철 교수
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보건행정학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연세대학교 건강도시연구센터(센터장: 남은우 교수)에서 사회적 처방 제도에 관해 연구하고 있는데요. 건강도시연구센터는 2000년도 초반부터 건강도시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고 2019년, 2020년도 쯤부터 영국의 사회적 처방제도를 모티브로 삼고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학교 인근에 위치한 원주행복가득작은도서관과 협력해 시범사업을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올해에는 지역문화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원주시, 원주문화재단과 협력해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했습니다. 우지연 이사님께서 말씀해 주신 것처럼 보건 분야와 문화 분야의 접점이 많지는 않습니다. 건강도시 연구를 계속 이어오다 보니 도시가 건강해지려면 보건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과의 융합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그 중에서도 문화, 보건, 복지의 융합에 초점을 맞춘 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한국은 OECD국가 중 고령화가 가장 빠른 국가 중 하나입니다. 특히 강원도는 2020년에 인구 고령화 비율이 20%가 넘었고 2022년에는 그 비율이 25%를 돌파했습니다. 강원도 인구 100명 중 20명은 노인층인 겁니다. 실제로 이곳 원주시를 걸어 다니다 보면 고령화 체감이 많이 됩니다. 인구 고령화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데요. 고독사, 외로움, 만성질환, 의료비 부담 등의 다양한 보건 분야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들은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뜨거운 이슈입니다. 고독과 외로움은 신체적·정신적 질환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는데요. 세계보건기구 WHO에서도 외로움을 질병으로 분류하고 있을 만큼 심각한 이슈입니다. 고독과 외로움 문제는 보건의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가 공동의 목표를 갖고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해부터 보건과 복지, 더불어 문화가 주축이 되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지연 이사
영국의 사회적 처방 제도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호철 교수님께서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하고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계신 것 같습니다.
우지연 이사
이번에는 사회복지 분야에서 문화예술을 활용해 지역주민들의 더 나은 삶을 만들고 계시는 분을 모셨습니다. 강연주 사무국장님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 계신 활동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연주 사무국장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20년 동안 사회복지사로 근무해 온 강연주라고 합니다. 저는 김해 지역에 계속 머무르며 지역주민들이 겪는 어려움과 해결 방안에 대해 고민하며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저희 복지관이 있는 지역은 초기 김해시의 신도시였는데요. 지금은 인구가 고령화되고 젊은 인구가 빠져나가는 구도심으로 바뀌게 되면서 고립감이나 외로움에 대한 문제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김해가 다문화 가정이 많은 도시인데요. 그렇다 보니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을 이용하는 주 계층이 아동, 장애인, 외국인, 노인들입니다. 이분들은 공통적으로 외로움과 고립감 문제를 안고 계십니다. 그런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을 하던 중 올해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한 문화로 사회연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에 참여하면서 문화가 우리 곁에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문화가 취약계층이 겪고 있는 문제에 어떤 효과를 낼 수 있고 공동체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했던 것 같습니다. 사업에 참여하면서 가장 인상 깊게 남는 건 어르신들의 화사한 미소였는데요. 그 모습을 보면서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에 애정이 많이 생겼습니다.
우지연 이사
마지막으로 부산에서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는 데 앞장서고 계신 조정윤 본부장님을 모셨는데요. 간단한 자기소개와 하고 계신 활동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정윤 본부장
저는 공연기획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십여년 동안 예술을 창작하고 시민들이 항유할 수 있도록 소개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활동하다 12년 전 고향인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돌아온 고향에서 부산이 안고 있는 많은 사회문제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인구 고령화, 고독사, 환경, 범죄, 지방소멸 등 정말 다양한 사회문제가 있더라고요. 이전에는 사람들의 향유를 위한 문화예술을 다뤘다면 부산문화재단에 입사한 후부터는 문화예술 정책 및 기획 관련 업무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이 가진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관해 연구하게 되었고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도출해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속한 생활문화본부는 생산된 예술이 사회에 어떻게 환원되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또 어떻게 사회문제를 해결하는지 등 사회참여 예술이라는 큰 관점에서 문화예술을 바라보고 이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우지연 이사
부산이 서울 다음으로 큰 대도시이다 보니,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그런 문제를 문화예술을 통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효능과 분야별 사례
모두 공공보건, 사회복지, 지역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계신데요. 각자의 분야에서 또는 지역에서 문화예술이 어떻게 접목되고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회의 아픔을 치유하는 문화예술
우지연 이사
먼저 이호철 교수님께서는 이번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 참여를 통해 원주시 취약계층의 정서 안정과 사회 연결을 위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운영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호철 교수
연세대학교 건강도시연구센터는 2020년도부터 학교 인근에 위치한 작은 도서관을 중심으로 홍원면 1개 지역에서만 활동했는데요. 그러던 중 2021년에 원주시가 건강도시 5개년 계획 정책을 수립할 때 사회적 처방을 11대 중점 사업으로 채택해 사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하여 사회적처방 사업 준비가 무산되었어요. 그러다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하는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알게 되었고 사업의 방향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발굴부터 프로그램 운영, 사후 처방까지 세 단계를 통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그중 발굴을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업에는 원주시 희망복지지원단의 방문복지팀을 통해 지역 보건과 복지 사각시대에 놓인 취약계층을 발굴하는 데 힘쓰고 지역문화진흥원이 제시한 도구를 활용해 대상자를 선별했습니다. 또한, 원주문화재단과의 협력을 통해 선별된 대상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2020년도부터 활동을 이어온 원주희망가득작은도서관에서도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의 자원과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확대해보았습니다. 지역사회, 특히 농촌 지역의 노인들은 교회, 경로당, 보건진료소를 많이 이용하시기 때문에 이런 기관의 담당자들과 협력해 독거노인이나 외로움을 겪고 계신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는 데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감이 많이 완화되신 어르신들, 참여 활동을 통해 삶의 활력을 얻으신 어르신들을 보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지연 이사
발굴, 처방, 사후 프로그램의 세 단계로 프로그램 운영 과정을 구분할 때, 의료적 개입이 필요한 처방을 기준으로 발굴(예방) 단계와 사후(치유) 단계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작동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호철 교수
발굴 단계와 사후(치유)단계에서의 문화예술의 역할은 비슷하면서도 다릅니다. 먼저 예방의 초점을 맞춰 발굴 단계의 환자들은 복지관이나 센터 등 기존의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됩니다. 이 경우 지역문화진흥원 같은 기관의 홍보와 다른 기관(보건복지부나 지자체 등)과의 연계가 고려된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발굴 단계에서 선정되신 분들은 치료가 필요하거나 혹은 앞으로 위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분들입니다. 이런 분들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소개하고 매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국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링크워커'라는 직업군을 통해 전문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의료진이나 상담사는 발굴 단계의 환자들이 문화예술 프로그램 참여를 통해 고독감과 우울감이 완화되는지를 모니터링합니다. 이에 더 나아가서, 정말 치료가 필요한 심각 단계 환자는 의사의 진단 하에 약물치료를 포함해 임상적인 치료 병행 여부를 전문의의 소견을 받아 진행해야 합니다. 지역사회 내에서 일상생활을 하며 약물치료와 비약물적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처방되면,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병행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된 대표적인 사례로, 최근 일본은 스타벅스와 협력하여 '치매 스타벅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의 브랜드파워와 문화예술을 결합하여 치매가 있는 환자와 가족들을 초빙하여 스타벅스에서 일상생활의 문화예술 향유하게 하는 것입니다.
우지연 이사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통해 지역과 밀착된 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앞서 원주시의 인구 고령화 문제를 언급해주셨는데, 원주시 노인들의 사회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사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좌) [2024 문화로사회연대 개강식] ©2024.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All rights reserved.
(우) [뮤직스토리텔링 프로그램] ©2024.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All rights reserved.
이호철 교수
원주시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이미 많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특히 사회적 고립이나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더욱 많고요. 그 중에서 저희 센터가 참여한 프로그램을 소개드리겠습니다. 저희는 2020년도부터 사회적 처방 시범사업 때 원주행복작은도서관을 사회적 처방 센터로 지정하고 협력하고 있습니다. 노인분들에게 '뮤직스토리텔링'이라는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을 제공했습니다. 해당 프로그램은 원주행복작은도서관에서 개발하고 특허를 받은 프로그램인데요. 음악치료 기반으로 인문상담이나 정서적 지원 등을 담아낸 사회복지 프로그램입니다. 뮤직스토리텔링 프로그램은 음악치료와 함께 지역사회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어서 나누거나 인근 노인분들과 상담하는 자조활동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올해는 지역문화진흥원 사업을 통해 원격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원주 지역은 주로 농촌이 많아 상대적으로 면대면으로 소통할 수 있는 물리적인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또 어르신들은 건강 상의 이유로 이동이 어렵기도 하고요. 이런 점들을 고려해 처음에는 어플리케이션 개발 등을 통한 디지털 상담을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활용에 익숙하지 않으시기 때문에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방식인 유선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전문 상담가가 주 1회 5-10분 정도 유선으로 전화 상담을 하고 그분들 중에 심화 상담이 필요한 분들은 인근 대학병원 정신건강전문의의 임상적 자문을 받아 집중 관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원격상담을 통해 노인 두 분에게서 자살징후를 포착했고 이분들은 현재 심화상담과 임상자문을 받고 계십니다.
우지연 이사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은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말할 때 굉장히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해 주신 것 외에도 문화예술이 치유 도구로써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2024 문화로 사회연대 밥상공동체 텅드럼 공연] ©2024.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All rights reserved.
이호철 교수
문화예술 활동이 정신건강과 신체건강 회복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 것은 이미 다양한 연구를 통해 알려진 사실입니다. 특히 사람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더욱 치료 효과가 높다는 사실도 입증이 된 바가 있고요. 저는 문화예술의 치료와 회복 효과를 코로나 시기에 많이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외부활동에 제약이 많았기 때문에 집에서만 머무르는 독거노인의 고독감과 우울감이 많이 높아진 상태였습니다.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고민하던 찰나, 줌 회의가 활성화된 걸 보고 원격으로 무언가를 해보자는 의견이 모였어요. 그렇게 뮤직스토리텔링 강사분들이 직접 녹음하고 비디오를 제작하는 등 함께 원격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참여하면서 노인분들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지역문화진흥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텅드럼이라는 악기를 활용해 어르신들이 합주하는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함께 음악을 통해 호흡하면서 어르신들이 점차 사회화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또 가족, 이장님, 인근 기관 분들을 포함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분들을 초대해 음악회를 열었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노인 분들이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스스로를 인식하고 소속감을 갖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가 가진 힘을 몸소 체험했습니다.
우지연 이사
원주의 사례를 들으면서 동네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센터로 활용한 점과 유선을 통한 원격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접근성이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접근성을 통해 서로가 연결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는 것 같습니다.
#사회와 소통하는 문화예술
우지연 이사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은 김해 지역주민들의 행복하고 건강한 일상을 제공하기 위해 주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계신데요. 특히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주민들을 발굴하고 이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제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활동을 운영하셨나요?
(좌)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노인맞춤돌봄 특화서비스 외부 나들이 프로그램]©2024.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All rights reserved.
(우)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노인맞춤돌봄 특화서비스 영화관람 프로그램]©2024.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All rights reserved.
강연주 사무국장
저희 복지관은 2007년부터 홀로 계신 어르신들 대상으로 안부확인 서비스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통해 우울증이나 자살위험이 있으신 어르신들을 계속 만나왔습니다. 그런 분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나들이를 가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활동이 어려우신 분들은 더 고립되고 우울감이 심화되었거든요. 이분들에게 어떻게 삶의 활력을 드릴지 고민하던 차에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우선적으로 사업을 통해 사회연결지수 측정조사를 진행하여 현황을 파악했고 어르신들의 다양한 니즈를 파악해 각자 본인이 하고 싶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우지연 이사
프로그램을 진행하시면서 어떤 변화를 발견하셨나요?
강연주 사무국장
김해가 부산과 인접해 있어 봄철마다 나들이를 많이 가는데요. 그런데 교통편 문제, 동행자의 부재 문제, 활동 경험 공유 대상의 부재 등으로 프로그램 활동 참여가 저조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각자 직접 사진을 찍고 서로의 활동 경험과 이야기를 노인들끼리 공유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는 분들끼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시게 된 거죠. 그렇게 참여자들끼리 교류하고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면서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지속된다면 어르신들에게 더 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우울증으로 처음에는 되게 소극적으로 참여하셨던 어르신이 본인 또래의 분들과 소통하는 프로그램에 반복적으로 꾸준히 참여하면서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봤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오면서 어르신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어르신들끼리 스스로 소통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이런 활동이 외로움이나 고독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우지연 이사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의 어르신들에게 친구, 연대의 장, 이웃을 선물하고 계신게 아닐까 하는데요. 사실 제도만으로는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잖아요. 수단으로만 존재하는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넘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핵심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잘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우지연 이사
여성, 아동, 노인, 장애인, 외국인 등 지역의 소외계층을 만나 문화예술을 통해 어떻게 소통했고 이분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강연주 사무국장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은 중도입국청소년과 이주배경 청소년 대상으로 한글 프로그램과 모국어 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그 친구들이 앞으로 살아갈 지역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친구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또래 친구들과 교류하는 경험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재 복지관에서 지역탐방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며 김해 지역에 어떤 문화와 놀거리가 있는지 투어를 하며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중요한 건 지역 문화를 이론적이고 수동적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능동적으로 지역 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이주 청소년 외에도 최근에 복지관에서 많은 관심을 두는 대상이 장애아동입니다. 이 친구들은 영화관에 가거나 공연장에 가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기관으로 공연단 등을 모셔서 비장애 아동과 장애아동이 함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누구나 문화를 함께 즐기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공존하는 소속감을 주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우지연 이사
내가 살아가는 지역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고 지역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공생해 나가면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물리적으로 단순히 만나게 하거나, 한 공간에 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하고 공생하는 매개로서 문화예술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강연주 사무국장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물리적으로 한 공간에 있기보다 놀이 체험이나 인형극 등을 통해 쌓은 경험을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과정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장애인 분들의 작품이나 활동사진 전시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역주민들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서로에 대한 생각과 인식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사진, 체험, 전시, 인형극 등의 문화활동이 사람들의 소통을 보다 쉽게 만들어 주는 것 같습니다.
우지연 이사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그 대상이 어르신이든, 청소년이든, 장애아동이든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먼저 내가 사는 지역을 안 후에 친구 만들고 그들과 함께 일상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데에 중점을 두시는 것 같습니다. 그 부분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일상을 풍성하게 만드는 데에는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하는 활동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으니까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문화예술
우지연 이사
이번에는 부산으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도보나 자전거로 분 단위 내에서 모든 일상생활을 해결할 수 있는 ‘N분 도시’ 달성을 위해 부산은 2021년 ‘부산 먼저 미래로, 15분 도시 부산’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새로운 도시모델 구축 계획을 밝혔습니다. 먼저 15분 도시라는 게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5분 도시 부산의 문화적 실천 전략 연구]© 2024.부산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조정윤 본부장
이번 시간 보건이나 복지 등 현장에서 직접 활동하신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는데요. 저는 문화예술 정책이 나아가야 할 큰 방향 등을 중점으로 조금은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먼저 15분 도시는 프랑스 파리에서 도시 계획가인 카를로스 모레노(Carlos Moreno)가 만든 개념입니다. 코로나 기간에 록다운과 같은 대외적인 환경 변화가 많이 발생하면서 이 개념이 나오게 되었고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15분 도시란 걸어서 15분 내로 사회의 기본적인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워킹 디스턴스(walking distance)가 구축된 도시를 뜻합니다. 초기에는 환경 분야에서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중립 달성을 방안으로 이 이야기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워킹 디스턴스(walking distance) 안에서는 환경 분야의 활동을 넘어 인간의 모든 사회적 행위가 일어날 수 있거든요? 문화정책의 시작은 1946년 영국예술평의회(Arts Council)에서 문화예술에 공공지출을 늘리는 관점에서 논의하기 시작했죠. 당시 예술은 2차대전을 겪은 사람들의 힐링제였습니다. 이런 효과들이 여러 전이를 거치면서 문화예술의 교육적 가치, 지역재생의 가치 등이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가 중요한 담론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저는 15분 도시 안에 사회적 가치가 종합적으로 담겨 있다고 생각합니다. 15분 도시 안에 보건, 환경, 복지, 문화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결국 문화정책은 곧 사회정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15분 내에 모든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 도시는 지역의 커뮤니티로써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커뮤니를 위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부산문화재단은 부산시의 15분 도시 정책에 맞는 문화예술 정책을 준비해오고 있습니다.
우지연 이사
문화예술이 15분 도시에 어떤 가치를 더할 수 있을까요?
조정윤 본부장
앞서 강연주 사무국장님께서 문화예술 정책의 접근성에 관해 좋은 말씀해주셨는데요. 부산문화재단에서 장애예술 창작공간인 '온그루'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포용예술 공간 '창작공간 두구'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공간들은 지하철역과 가까워서 접근성이 굉장히 좋습니다. 이 두 공간을 통해 15분 도시가 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을 말할 때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첫째, 공평성(Equity)입니다. 부자든 가난한 자든 관계없이 누구나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15분 도시 안에서는 이 공평성이 실현되죠. 둘째, 다양성(Diversity)입니다. 앞서 소개한 두 공간은 장애인, 비장애인, 고령자 등 누구나 이용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의 정책들은 장애, 고령자, 청년 등으로 대상을 모두 나눠 시행되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큰 틀에서 정책 대상이 아니라 정책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바라봤을 때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셋째, 포용성(Inclusion)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면 이를 통해 사회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충분히 문화예술적 관점에서 15분 도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2023 부산문화 콘퍼런스'를 통해 프랑스, 포틀랜드, 에덴버러의 관계자들과 함께 15분 도시를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요.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견주어도 문화예술 분야는 부산이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지연 이사
앞서 원주나 김해의 이야기들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아요. 15분 도시가 지닌 공평성, 다양성, 포용성이 지금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해소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싶고 문화예술이 그런 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지연 이사
부산에서 15분 도시 관련 문화예술 정책 활동을 하신지 꽤 되었는데, 15분 도시로써 부산의 특징은 무엇이 있을까요?
(좌) [온그루 유아문화예술 교육연수 현장] ©2024.부산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우) 온그루 유아문화예술 교육 해외 커넥션 연수 현장 ©2024.부산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조정윤 본부장
15분 도시에서 '15분'은 상징적인 시간입니다. 시간은 20분이 될 수도 있고 30분이 될 수도 있죠. 중요한 것은 '내 지역에 있는 공간에서 모든 사회문화적 니즈를 해결할 수 있는 도시'라는 개념입니다. 그런 면에서 15분 도시는 하나의 사업이 아니라 커다란 정책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15분 도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부산은 문화 분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올 9월 세대공감을 주제로 ‘사회참여 예술 컨벤션’을 진행했습니다. 유아 예술 따로, 노인 예술 따로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3세대가 같이 하는 세대공감 관련 연구와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금까지 지역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이유는 세대공감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어떤 지역에는 노인들만 모여 살고 어떤 지역에는 젊은 사람들만 모여 사니까 단절이 되었던 거죠. 하지만 15분 도시 안에서 거점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하면 세대가 소통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온그루'라는 장애예술 창작공간은 원래 장애 예술인의 창작을 위한 공간이었지만 현재는 15분 도시 개념에서 문화예술 교육 거점 장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지역에 있는 모든 계층, 세대의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융합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젊은이가 소통하며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2024 사회참여예술 컨벤션] ©2024.부산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조정윤 본부장
사실 커뮤니티(community) 라는 말은 소통을 뜻하는 'communication'을 전제로 하고 있거든요. 우리는 그동안 이런 본질을 잊고 사업별로 대상을 분리해서 진행해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에는 향유적 관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관점으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문화예술을 통해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들에게 향유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제공하는 것은 1차적인 단계라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15분 도시 안에서 활성화할 수 있다고 보고요. 결국 15분 도시는 근접성과 연결성이 핵심인 '초연결'이라고 말을 많이 합니다. 이 근접성과 연결성 안에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의 사람들이 한 데 모일 수 있는 구조가 수반되어야 합니다.
우지연 이사
15분 도시에는 근접성과 연결성이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근접성과 연결성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문화예술이 어떤 기능을 할 수 있을까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정윤 본부장
우리가 문화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주로 문화예술의 향유적 가치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물론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것도 매우 큰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문화예술에는 그것 말고도 더 크고 의미 있는 가치가 있습니다. 앞서 이호철 교수님이 말씀하셨던 문화예술이 지닌 힐링의 가치처럼 환자들이 예술 활동을 통해 회복되는 사례가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죠. 이렇게 문화예술의 가치가 건강의 문제로 확대될 수 있는 겁니다. 그 외에도 환경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죠. 최근 국내외 문화정책의 화두는 문화예술을 통한 기후위기 대응인 것 같습니다. 저희 부산문화재단은 지난 5년 동안 ‘비치코밍’ 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예술가, 시민이 함께 해양쓰레기를 주어서 그것들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재단은 장애예술인 육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초기에는 장애인분들이 대부분 보호자와 함께 이동하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장애 당사자로서 자립을 위해 저희는 가급적 대중교통 이용을 부탁드리고 있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거점 공간을 접근성이 좋은 곳에 마련한 것도 있고요. 이런 과정을 거쳐 한 명의 자립적인 무용 단원이 탄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문화예술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조금씩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문화예술의 심미적 가치에만 몰두해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제는 심미적 기능을 넘어 문화예술의 다양한 포용적 가치를 발견하고 가치가 만들어 낼 수 있는 효과를 검증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부산문화재단 같은 경우 요양병원 두 곳과 MOU를 체결해 예술가들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운영에서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저희는 이분들의 입을 통해 사회적 가치가 발신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문화예술이 사람을 살리진 못하겠죠. 문화예술이 한순간에 환경을 깨끗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런 건 아닐 겁니다. 하지만 문화예술이 지닌 발신력과 확산력을 적극 활용한다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문화예술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복지라는 개념이 시작된 곳이 영국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유명한 슬로건이 있죠. 생각해 보면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문화예술 활동을 해왔습니다. 할머니가 불러주시던 노래부터 시작해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하고 행하면서 살죠. 그런데 그런 것들이 경쟁사회에 입문하면서부터 사라지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인간답게 삶을 마감하고 싶은 욕구를 가집니다. 즉 '웰빙‘과 ’웰다잉‘인데요, 이것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장애인 무용수 가족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한 어머니께서 한때는 가족 구성원 모두가 극단적 선택을 고민할 만큼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를 지닌 아들이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앞으로 더 많이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지연 이사
문화예술의 심미적 가치를 넘어서 사회적 가치를 검증하고 증명해 내야하는 시점에 왔다고 말씀주셨는데요, 다양한 사례로서 증명해 내는 방식과 더불어 사례 이외의 사회적 가치를 유의미하게 검증해 내는 방식이 있다면 함께 소개 부탁드립니다.
조정윤 본부장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검증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 중 하나로 구체적인 실증 성공사례를 통해 실제 프로그램이 지역사회에 미친 영향을 평가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회적 약자 대상 프로그램이 자존감 향상이나 주민 간 유대감을 강화하는지 등을 관련 전문가와 함께 조사한 후, 그 결과를 다양한 매체(SNS, 방송, 언론, 공론의 장 등)를 통해 문화예술의 효과를 공식적으로 알리는 방법입니다. 또한 수혜자 및 가족들 대상의 설문조사나 인터뷰를 진행해 정량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프로그램의 효과를 객관적 수치로 측정할 수 있으며, 이 자료를 사회적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자료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화예술이 다양한 분야에 미치는 사회적 가치를 복합 지표로 수치화하거나 정부와 학계, 공동체 등과의 협력 기반을 구축하여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연구하고 정책화하는 방안도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러한 접근을 통해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를 보다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사람들의 인식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캠페인과 지지 활동을 펼쳐나가는 일도 중요합니다.
우지연 이사
세 분의 말씀에 공통적인 의견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의 문화를 만들어가고 이웃과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결국에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 문화예술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회적 기능의 관점에서 볼 때, 나에게 문화예술이란?
우지연 이사
이 대목에서 세 분께 공통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나만의 정의처럼 한 문장이나 단어로 표현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호철 연세대학교 보건행정학부 연구교수
이호철 교수
저는 보건분야를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문화예술의 보건분야(건강)와 연결된 긍정적인 사회적 기능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데요. 문화예술은 사람들 간의 소통을 증가시키고 사회적 소속감과 연대감을 부여하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이 건강한 노년으로 이어지고 더 나아가 웰다잉까지 가게 하는 하나의 촉매제라고 생각합니다.
우지연 이사
소통부터 시작해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말씀해 주셨습니다.
강연주 김해시종합사회복지관 사무국장
강연주 사무국장
저는 '소통'과 '공생'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가장 많이 느낀 가치인 것 같아요. 세대, 사람, 지역 간 소통이 모두 필요한데 문화예술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옆에는 다양한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있구나’를 느끼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소통을 통해 공생하는 것이 커뮤니티를 살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지연 이사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정서적 공감대 형성의 역할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조정윤 부산문화재단 본부장
조정윤 본부장
제가 생각하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은 ‘협력’과 ‘연대’의 기능입니다. 저는 오페라를 좋아해서 이 업계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문화예술계에서 정말 많이 쓰는 단어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과 ‘코오퍼레이션(cooperation)’입니다. 아마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쓰일 것 같은데요. ‘코오퍼레이션(cooperation)’은 같이를 뜻하는 ‘co’와 ‘오페라(opera)’가 합쳐진 말입니다. 여기서 오페라는 종합예술을 의미하죠. 오페라의 어원은 ‘일(work)’이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오푸스(opus)’입니다. 오푸스는 클래식 음악에서 자주 사용하는 ‘작품’이라는 의미를 가지기도 하는데요. 따라서 우리는 협력을 뜻하는 ‘코오퍼레이션(cooperation)’에서 예술 작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사람들이 같이 일하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도 같이를 뜻하는 ‘co’와 노동을 뜻하는 ‘labor’가 합쳐진 말입니다. 이런 단어에서도 묻어있듯 문화예술은 협력과 연대를 전제로 합니다. 저는 이게 바로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생각하고 예술가들이 사회로 나와 다양한 분야와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문화정책은 사회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지연 하루의 축 이사
우지연 이사
문화정책은 사회정책이라는 조정윤 본부장님 말에 정말 100% 공감합니다. 세 분의 말씀을 통해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내는 일과 연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문화예술을 통해 자기를 표현하고, 서로 공감대를 만들고, 또 함께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배울 수 있게 하는 것 같습니다. 삶의 현장에서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한 가능성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데, 문화예술을 통해 서로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더욱 더 많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포용적인 사회에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싶고요.
지역문화진흥원에 기대하는 바
우지연 이사
지금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문화예술이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는데요. 이야기를 나눌수록 문화예술에는 미적인 표현을 넘어 우리 사회의 가장 복잡한 문제를 반영하고 이에 대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힘이 담겨져 있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문화예술이 시대의 거울이자 가장 강력한 변화의 촉매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문화예술이 사회적 역할과 기능을 다하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이며, 이러한 과정에 지역문화진흥원이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조정윤 본부장
문화예술은 지역을 빼놓고 말할 수 없습니다. 문화기본법에서도 가장 큰 문화의 카테고리 아래 지역문화를 두고 그 바로 밑에 문화예술을 두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지역은 커뮤니티 기반의 공동체이고 커뮤니티는 협력이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지역문화진흥원은 다양한 분야와 계층과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거시적인 관점으로 다양한 정부 부처, 기관과 협력해 주신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 코로나 이후 유행처럼 비슷한 사업들이 시행되고 있는데, 일시적인 사업이 아니라 근원적인 목표를 둔 지속가능한 정책을 펼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에 '큐레이터(curator)'라는 단어의 어원이 치유를 뜻하는 'cure'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문화예술에는 이렇게 치유의 가치가 깊숙이 담겨 있는데 왜 우리는 향유하는 문화예술만 고민했을까요?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진흥원 정책의 가장 큰 방향성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강연주 사무국장
저는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지역마다 지역이 가진 특성이 있거든요. 김해는 고령인구와 다문화 인구가 많습니다. 이들에게 맞는 문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문화예술이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취약계층은 즐기기 어렵거든요. 예를 들어 이주민을 위한 공연을 하면 한국어로 진행되어서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역과 그곳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한 프로그램이 있다면 서로 소통하고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또 프로그램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에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에 참여하면서 다양한 관계기관과 담당자들과 소통을 많이 했거든요. 이제 막 서로 소통하기 시작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버리면 너무 안타까운 것 같습니다. 프로그램이 지속되면 김해만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우지연 이사
지역 맞춤형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지역이 자체적으로 사업을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달라는 의미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이호철 교수
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는 중복의 회피입니다. 고령화와 외로움 문제에 관해 이미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민간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걸 개발하기보다는 서로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중복되는 걸 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지역문화진흥원이 협력에 있어 기관이나 단체의 역할을 잘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의 취지에 맞게 비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면 지역사회에 있는 문화·복지 네트워크를 지역민들에게 연결하고 안내해줄 수 있도록 담당자 교육이 진행된다면 보다 많은 분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지속성입니다. 제가 이번에 문화로 연대사업 프로그램이 이제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요. 어렵게 고립된 분들을 프로그램을 통해 사회에 참여하게 만들었는데 사업이 종료되면 그 노력이 힘을 잃는 것 같아요. 사업을 어떻게 끝낼지 고민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사업이 끝나더라도 다른 사업이나 기관, 분야와 연계될 수 있다면 프로그램의 연속성이 강화될 것 같습니다.
우지연 이사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은 이제 막 시작한 사업이고 올해 전국 아홉 개 지역에서 시행되었습니다. 이호철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 것처럼 사업의 기간은 정해져 있는데 사업 기간 동안 무엇을 만들어낼 건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업 기간이 아닌 기간에는 지역사회에서 이 활동들을 어떻게 유지할 것인지 고민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하나의 사업만으로는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역에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협력과 연대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와 연결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지역문화진흥원이 굉장히 중요한 자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지역문화진흥원이 생활문화 영역에서 꾸준히 해왔던 일들이요. 생활문화 공동체와 관련된 경험들, 생활문화센터를 비롯해 생활권 문화공간들을 위한 활동들을 오래 지속해왔기 때문에 문화로 사회연대 사업이 지역문화진흥원이 지닌 생활권 안의 토대와 연결되면 지속성을 갖게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문화로 사회연대의 취지가 사업을 시행하는 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같이 살아가는 문화를 만드는 데 있듯, 생활문화의 연결망과 연계된다면 유의미한 변화들을 많이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을 잘 보여주는 사례나 자료 추천
우지연 이사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시대의 고민을 담은 메시지로 사회의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냈던 문화예술 사례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작품, 공간, 활동, 도서 등 무엇이든 자유롭게 말씀해 주세요.
조정윤 본부장
2021년에 작성된 「사회문제 완화를 위한 문화예술활동 조사 연구」라는 보고서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전 세계의 사례와 부산의 사례 등 오늘 제가 말씀드린 내용이 잘 정리가 되어 있는 보고서인데요. 부산문화재단 정책연구센터 홈페이지에서 자료를 다운받을 수 있으니 꼭 한번 읽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또 이 보고서를 많은 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사회문제 완화를 위한 문화예술활동 툴킷(Toolkit)」을 제작했는데요. 보고서에 비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자료이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회문제 완화를 위한 문화예술활동 툴킷(Toolkit)」]©2024.부산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이호철 교수
저희 건강도시연구센터에서 원주행복가득작은도서관과 협력하여 진행한 사회적 처방 프로그램 중, 뮤직스토리텔링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작했던 스토리북을 추천드립니다. 프로그램에 참여하신 독거노인 분들이 자서전 형식으로 제작한 책자입니다. 세션을 통해 나눈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 제작했고 흥업면의 의미와 흥이 올라가는 스토리북이라는 의미를 담아 「흥업」이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이 책자를 발간한 후에 어르신들이 정말 좋아하셨는데요. 스토리북 초반에는 우울한 내용이 많은데 후반으로 갈수록 희망찬 내용으로 성격이 바뀌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시대 속 삶의 원동력을 불어넣는 문화예술이의 힘을 느낄 수 있었던 경험이라 소개하고 싶습니다.
[‘흥!UP(업) 마을 훈장님 이야기’ 출간기념회]©2024.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All rights reserved.
강연주 사무국장
저는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공간으로 김해의 옛도심인 봉리단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도시문화재생의 일환으로 조성된 길인데요. 유적지, 한옥이 많은 지역인데요. 어르신들이 본인이 살았던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젊었을 적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시거든요. 마을 자체가 김해 문화를 공유하기에 좋은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김해에 방문할 일이 있으시다면 들러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김해 봉리단길]©2024.김해시 공식 블로그.All rights reserved.
우지연 이사
저는 책 두 권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경기문화재단에서 번역해 발행한 「커뮤니티와 아트」라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과 어떤 질문을 던질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되어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은평문화재단에서 코로나 시기에 발행한 「2020 은평지역사회 심리탐구 연구 보고서」입니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니은서점은 은평구에 위치하고 있고 사회학자인 노명우 교수가 운영하는 서점이었는데요. 보고서는 코로나 시기 니은서점 골목에 위치한 자영업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지난 자료이긴 하지만 사회적 자본의 형성이나 이웃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어 지금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보고서입니다. 두 자료 모두 경기문화재단과 은평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으니까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와 아트]©2011.경기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2020 은평 지역사회 심리탐구]©2020.은평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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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작가 이번 시간에는 공공보건, 지역문화, 사회복지 등 우리 삶과 밀접한 분야에서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역사 속 한 장면, 기억 속 저 너머를 생각해 보면 위기와 변화의 순간 문화예술은 언제나 우리 곁에 존재했고 답을 찾아가는 길을 제시해주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사회를 연결하며, 세대와 세대를 만나게 하는 문화예술. "혁명이 늪에 빠지면 예술이 나서는 법"이라는 백기완 선생의 말처럼, 우리가 어둠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맬 때 문화예술이 빛을 비추어 줄 것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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