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에 세워진 새로운 선을 가진 건축. 한옥의 재해석
북촌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독특한 장소입니다. 수 백 년의 역사를 간직한 궁을 비롯해 인왕산 아래로 이어지는 한옥마을과 옛 건축물들이 여전히 남아 시간을 지키고 있는 이 곳에 새로운 전시관이 문을 열었습니다. 옛 담장과 빌딩의 유리 벽을 동시에 떠올리게 하는 매력적인 외관의 푸투라서울입니다.
[한옥의 곡선이 돋보이는 푸투라서울의 1층 평상]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입구에 들어서면 평상 같은 널찍한 테이블이 눈에 띕니다. 현대의 시각으로 보아 테이블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뿐 실제로 앉아서 편히 쉴 수 있는 평상이 맞습니다. 평상 너머 한 벽은 모두 자연에게 내어주었습니다. 유리창으로 된 벽 너머 보이는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가 마치 대청마루에 앉아 풍경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것만 같습니다. 천장은 시간을 먹어 빛을 바랜 나무를 닮은 색의 천장이 유려한 곡선을 이루고 있고 은은한 조명은 마치 창호지 사이를 뚫고 들어오는 자연광 같아 고즈넉함을 더 합니다.
건물의 충실함은 3층 옥상정원으로도 이어집니다. 북촌은 높은 건물이 많지 않아서 북촌 한옥마을의 전경을 보기는 쉽지 않은데요. 이 곳에 오르면 북촌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높은 건물이 많이 없는 북촌 한옥마을에서 그 곳들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것이 새롭습니다. 그야말로 한옥뷰를 선사하는 공간이죠
(위)옥상정원으로 가는 계단 입구에 전시 된 알렉스 카츠의 작품.
(아래)한옥의 전경이보이는 푸투라서울의 옥상정원]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현재 전시중인 레픽 아나돌의 개인전의 작품 특성상 빛을 막고 어두움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건축물 중간에는 많은 자연광이 들어오게끔 설계가 되어있다고 합니다. 문의 경첩 사이로, 창호지의 비침 너머로 자연의 빛이 들어오는 우리네 한옥처럼 말이죠. 평소 푸투라서울의 모습은 어떠한지, 또한 이후 어떤 전시를 하느냐에 따라 매우 달라질 것이라는 얘기에 앞으로 보여줄 전시들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전시의 신개념을 제시하다
북촌에는 다양한 전시실이 있습니다. 대규모의 박물관도 궁 안에 자리하고 있죠. 푸투라서울은 한 공간에 많은 작품을 전시하고, 사람이 이동하면서 보는 일반 관람방식의 차원을 뛰어 넘어섭니다. 미래라는 이름에 걸맞게 전시의 다양함을 시도하죠. 누워서 볼 수 있는 전시라던가, 소리와 향기까지 조절하여 오감을 만족시키는 감상이 가능합니다.
[10여미터에 달하는 백개의 시 전시공간] 레픽 아나돌,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2024. 9. 5 - 2024. 12. 8, 푸투라서울 ⓒ2024. 푸투라서울All rights reserved.
특히 백 개의 시(100 poems) 전시공간은 푸투라서울에서만 볼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폭 20여미터, 높이 10미터에 달하는 곳으로 한 눈에 다 담기도 어려운 커다란 벽면이 자리를 하고 있습니다. 계단 위에서, 계단을 내려가면서, 계단 아래 전시장에서 올려다보는 느낌이 각각 다르죠. 높고 넓은 공간은 직접 봐야만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는가에 따라 또 달라지니까요.
대형 전시관은 많지만 내부에 그것도 이렇게 한 쪽 벽면을 모두 내어준 대형 전시실은 흔치 않습니다. 크다 못해 광활하다고까지 느껴지는 그 한 면에 채워진 작품은 보는 것만으로도 경이롭다는 생각마저 들어 과연 예술품은 사람의 감각을 어디까지 깨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오감으로 느끼는 감각적인 전시
그런 의미에서 푸투라서울의 개관전인 세계적인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의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 살아있는 기록보관소>> 는 아주 의미가 깊습니다. 이 전시는 푸투라서울에서 아시아 최초로 만나게 된 전시인데요. 이 작품은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오픈 소스 생성형 AI 모델인 <대규모자연모델>을 기반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지난 십 여 년간 수집해 온 자연의 수많은 데이터와 자연사 박물관의 자료들을 비롯, 전 세계 16개국에서 수집한 사진, 소리등을 수집한 3D 스캔 데이터등을 학습한 인공지능 모델입니다. 그렇게 수집한 자연의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낸 작품으로 생태계 건강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킵니다.
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전시전경, 2024. 9. 5 - 2024. 12. 8, ©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푸투라서울 제공, 사진 김동준
전시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어디서도 맡아보지 못한 향기가 나오는데요. 이것은 인공지능이 약 50만개의 향기 분자를 재현한 것으로, 후각 뿐 아니라 촉각으로도 감각적인 몰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많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자인 된 향기와 공기, 소리의 덕분인데요. 세심하게 청각을 자극하는 미묘한 소리까지 더해지면 실제 아마존 정글 속에 와 있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변하는 컴퓨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 온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은 양쪽에 기차처럼 긴 화면이 늘어선 두 번째 관람실인데요. 마치 미래세계에 흡수 된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습니다.
(좌)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전시전경, 2024. 9. 5 - 2024. 12. 8, ©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푸투라서울 제공, 사진 김동준
(우)백개의 시 전시장으로 내려올 수 있는 계단. 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전시전경, 2024. 9. 5 - 2024. 12. 8, ©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푸투라서울 제공, 사진 김동준
빈백 의자에 누워 천장의 작품을 볼 수 있는 방은 마치 시간이 멈춘 바닷속의 잠수함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드는데요. 천장에 설치된 화면에서 쉴새 없이 펼쳐지는 푸른 빛의 미디어아트와 숨 쉴 때마다 코 끝을 맴도는 시원한 향기는 현실감마저 잊게 만들죠.
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전시전경, 2024. 9. 5 - 2024. 12. 8, ©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 푸투라서울 제공, 사진 김동준
레픽 아나돌이 설계한 그 거대하고 광활한 미디어아트의 진가를 볼 수 있는 것은 역시 백 개의 시(100 poems) 입니다. 10여미터가 되는 곳에서 보여주는 자연의 경이로움과 기술의 놀라움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바다 속의 산호는 금새 강렬한 컬러감의 물감이 되어 소용돌이 치다가 거대한 산맥이 되어 나타나기도 합니다. 화면이 휘몰아치는 동안 다음에는 어떤 그래픽이 나올지 두근거리며 보는 그 시간은 레픽 아나돌이 디자인 한 미디어아트의 하이라이트인 동시에 푸투라서울에서 볼 수 있는 전시의 미래가 될 것입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공존하는 전시관
기술의 발달은 전시공간의 많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푸투라서울은 전통적인 장소에 생긴 현대적인 곳이자 미래를 지향하는 전시관입니다. 1층 평상이 놓인 곳에서는 북촌에서 직접 고른 전통적인 수공예품이 선을 보이고 있고, 자연의 멋을 그대로 살린 후원를 거쳐 다양한 형태의 전시를 선보일 수 있는 전시관을 지나 옥상정원에 오르면 한옥의 전경을 볼 수 있습니다.
[푸투라서울의 외관과 고전미가 돋보이는 수공예품]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 속에서 옛 것과 전통에 대한 향수를 느껴보고자 북촌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푸투라서울은 한옥의 특징을 살린 건축으로 이에 부응하면서, 기존 전시관에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형태의 관람방식을 선보여줄 예정입니다.
이 공간에 어떤 작품이 어떠한 빛과 색채로, 그리고 어떤 소리와 방법으로 다양함을 선보여줄지 푸투라서울의 미래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푸투라서울
<위치>
서울 종로구 북촌로 61 FUTURA SEOUL
<운영안내>
화~금 9:30 ~ 18:00
토 9:30 ~ 21:00
일 9:30 ~18:00
매주 월요일 휴무
<푸투라서울 홈페이지>
futuraseoul.org/
개관전
레픽 아나돌
지구의 메아리 :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
2024.9.5 – 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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