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걸어 두었던 빗장이 풀린 서쪽 바다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이 일렁였고, 신세계로부터 불어온 바람은 생전 처음보는 생경한 문화를 가져왔다.
개항과 함께 인천에는 열강(列強)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한반도 최초의 열차가 인천과 서울 구간을 달렸고, 뱃길과 철길로부터 신문물이 밀물처럼 들이닥쳤다. 개항장이 위치한 중구에는 최초의 서구식 공원과 호텔이 문을 열었고, 동서를 막론한 문화가 한데 어울렸다. 그렇게 인천은 ‘최초’라는 타이틀을 가장 많이 거머쥔 근대도시의 면모를 빠르게 갖추었다.
[중구의 개항로거리와 차이나타운 입구] ⓒ2024.인천관광공사.All rights reserved.
개항장거리에는 격변의 시대를 지나온 근대 유산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국적 정취가 묻어나는 건축물을 따라 걸으면, 개항기 시절 중구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생생하게 펼쳐진다. 산업화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시간을 지나온 만큼 두터운 이야기가 삶으로, 문화로 거리 곳곳에 쌓여 있다.
그리고 지금, 켜켜이 쌓인 중구의 기억을 반추한 물결이 다시 일렁이고 있다. 신세계가 열리는 대전환의 관문, 인천 중구. 그 위상을 다시 찾기 위해 일어나는 새로운 문화의 파란. 거리의 색만큼 알록달록한 문화가 넘실대는 항구도시 인천 중구를 찾아가보았다
부활의 가능성을 채우다, 상상플랫폼
수도권을 대표하는 항만으로 100여년 동안 활약했던 인천항 내항. 수심이 얕고 넓지 않다는 태생적 한계로 이제는 그 역할을 다한 항구의 한편엔 거대한 곡물창고가 있었다.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명성을 떨쳤지만, 시설 노후화로 폐쇄된 이후 과거의 영광을 잃고 방치된 건물. 그대로 무너질 줄 알았던 낡은 건물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상상플랫폼 외관과 내부 전시관 뮤지엄 엘]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39년간 아무도 찾지 않아 외로웠던 이곳에 2024년, 로컬의 물결이 굽이치기 시작했다. 리모델링을 통해 물리적 구조를 변형하지 않은 채 곡물을 채우던 창고에서 일상과 문화를 채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상상플랫폼>의 이야기이다.
[1883인천 맥강파티 행사스케치] ⓒ2024.인천관광공사.All rights reserved.
4월, 상상플랫폼으로 사옥 이전을 마친 인천관광공사는 원도심 부활의 마중물로서 중구 지역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상상플랫폼의 기능에 대해 늘 고민한다. 지역문화의 유산이자 공사의 자산인 상상플랫폼에 일렁일 새로운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 상상플랫폼 운영사업팀 박연희 과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_상상플랫폼 운영사업팀 박연희 과장
밀려드는 로컬의 물결, 웨이브 마켓
낙후공간 재생은 공간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보존함과 동시에 공간에 대한 지역 구성원 공동의 경험을 자극함으로써 공동체 간의 연결을 유도하기도 한다. 공동체의 연결은 구성원에게 지역에 대한 소속감을 부여하고, 다채로운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지역문화를 형성해 나간다.
정식 개관과 함께 상상플랫폼에선 7월 9월, 11월 총 3회에 걸쳐 아주 특별한 플리마켓이 열렸다. 원도심의 소상공인과 로컬크리에이터 간 협업을 통해 지역을 활성화하고, 로컬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기획된 행사, <2024 제물포 웨이브 마켓>이다.
[2024 제물포 웨이브 마켓 내외부 광경]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2024 제물포 웨이브 마켓 라이브페인팅과 플리마켓]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역사성이 짙은 지역일수록 거주민들은 강한 소속감을 느낀다. 이들은 지역을 구성하는 건축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내부에 품어진 가치를 체험하며 기억을 공유한다. 그래서 지역의 역사를 상징하는 건물은 지역문화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성황리에 막을 내린 <2024 제물포 웨이브 마켓>. 상상플랫폼이라는 공간과 함께 중구를 넘어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기 위해 박연희 과장이 보완하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일까.
상상플랫폼
인천 개항장의 역사를 담아낸 복합문화 관광시설
전 지역으로 곡물을 공급하던 폐곡물창고를 재생하여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공급하는 새로운 복합문화관광 공간
- 인천광역시 중구 월미로 33 (북성동1가)
- 전화 032-765-0730
- 운영시간 연중무휴, 09:00~18:00 (업장별 상이)
움직이는 랜드마크, 인천시티투어
‘모든 길이 인천으로 통한다’는 뜻의 브랜드 슬로건을 갖춘 도시 답게 하늘길과 바닷길, 철길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문도시 인천. 너른 서해 위로 박힌 보석 같은 168개의 섬과 전통 유적을 보유한 강화도, 근대사가 서린 개항장, 첨단 도시 송도로부터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넘나들 수 있어 인천에서는 ‘시간 여행’을 경험할 수 있다.
인천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며 글로벌 관광도시 인천의 인지도 견인에 앞장서는 인천관광공사에서는 넓은 지형적 특징으로 지역 명소 간 이동이 어려운 점을 해결하고, 전통과 첨단을 넘나드는 다채로운 지역관광자원을 연결하기 위해 <인천시티투어> 사업을 운영 중이다.
[인천시티투어 바다노선 버스] ⓒ2024.인천관광공사.All rights reserved.
순환형 (1일권 구매) |
바다노선 | 인천종합관광안내소(송도센트럴파크)-송도컨벤시아-공항여객터미널(T2)-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을왕리해수욕장-무의도 입구-파라다이스시티-G타워(IFEZ 홍보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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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레트로노선 | 인천종합관광안내소(송도센트럴파크)-신포국제시장(답동성당)-화평동 냉면골목(자유공원)-인천역(차이나타운)-상상플랫폼-인천아트플랫폼(하버파크호텔)-송도컨벤시아-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 |
테마형 |
3월부터 11월까지 운행, 개별 이동이 어려운 지역을 전문가이드와 동행하여 여행. 무의도, 교동도, 선재영흥, 소래포구, 석모도, 월미도, 강화역사, 강화힐링, 을왕리 노을야경, 왕산마리나 노을야경 (노을야경투어는 5월에서 9월까지 운행) |
<인천시티투어> 운영을 담당하고 있는 관광사업팀 유민종 차장은 국내 외래관광객의 70% 이상을 맞이하는 인천 중구의 역할과 기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내외국인의 편리한 관광과 더불어 매력도 높은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역문화’와 ‘관광사업’의 융합 방안에 대해 고민한다.
[명소를 달리는 인천시티투어버스] ⓒ2024.인천관광공사.All rights reserved.
[문화가 있는 날X인천시티투어 홍보 배너 및 운영안내] ⓒ2024.인천관광공사.All rights reserved.
공간 속의 시간을 담은 문화 놀이터 | 구석구석 문화배달
인천 개항장, 파주 헤이리, 제주저지문화예술인마을, 서울 인사동, 대학로, 서초음악지구 총 6곳이 문화지구로 지정되어 있다. 인천 개항장은 지역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상징하는 지역으로 근대적 경관을 보전하고, 다양한 문화시설을 유치해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 재생을 도모하고자 2010년 문화지구로 지정되었다.
‘역사가 설계하고 문화가 지은’ 도시의 명성에 걸맞게 개항장 문화지구에선 근대 자원을 기반으로 누구나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매달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이 추진되었다. ‘공간 특화’, ‘개념 확장’, ‘가치 공유’ 세 개의 컨셉을 기반으로 개항장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문화를 담아낸 중구의 뜨거웠던 6개월을 돌아보았다.
[시민과 함께한 다양함이 있는 날 ‘서커스 축제’]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문화가 있는 날 <구석구석 문화배달>의 인천중구문화재단의 이태민 대리는 과거와 현재, 미래 모두 ‘역사’임을 말하며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확장하는 것에서부터 ‘가치 공유’가 실현됨을 강조한다
[문화가 있는 날 사업전시 ‘오늘, 그리고 미래의 개항장’]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개항장 문화지구가 더 의미 있는 로컬공간이 되기 위해선 고유의 자원은 지키면서도 새로운 문화적 접근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중구문화재단에선 어떤 주안점을 두었을까.
[Live in 개항장 대불호텔 및 한중문학관]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Hello 개항장 프로그램] ⓒ2024.(재)지역문화진흥원.All rights reserved
누들 플랫폼
쫄면, 짜장면 등의 대중이 즐기는 ‘누들’의 발상지인 인천을
중심으로 발전한 다양한 누들을 전시하고 체험하며,
교육할 수 있는 국내 최초 누들 테마 복합문화 공간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 27번길 36(관동2가 –1외 3필지)
- 전화 032-766-3770
- 운영시간 화~일, 9:00~18:00 / 매주 월요일, 신정, 설, 추석 휴관
대불호텔전시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호텔을 재현한 전시관
개항장 일대에 있었던 호텔 및 여관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운영
- 인천광역시 중구 신포로23번길 101
- 전화 032-766-2202
- 운영시간 9:00~18:00 / 매주 월요일, 신정, 설, 추석 휴관
역사가 흐름에 따라 도시는 계속 변한다. 화려한 변화를 위해 오래된 건물을 무너뜨려 높고 웅장한 건물을 짓는다. 올라가는 건물과 함께 땅의 시간과 이야기가 지워진다. 역사가 지워지면 공간을 지키던 공동체가 무너진다. 그렇게 지역을 채웠던 삶과 문화가 사라지고, 정처 없이 쇠퇴하는 땅만 남는다.
시간이 멈춘 듯한 거리를 두고 누군가는 ‘낡음’을 말한다. 그러나 땅의 역사는 지역의 문화적 정체성과 직결된다. 그런 의미에서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며 흐르는 인천 중구는 역사만큼이나 견고한 삶과 문화정체성으로 채워진 도시이다.
[인천국제공항과 상상플랫폼 외관] ⓒ2024.인천관광공사.All rights reserved.
그 옛날, 바닷길로 물밀 듯 들어왔던 신세계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인천 중구에 새로운 문화가 파도처럼 넘실댄다. 다채로운 이국적 정취와 근대사의 숨결을 기반으로 새로운 바람이 부는 인천 중구로 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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