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강릉은 어쩌다 커피의 도시가 되었고 대형 미술관 하나 없는 홍대는 어쩌다 예술을 상징하는 지역이 되었을까요? 바야흐로 로컬 전성시대, 뜨겁게 떠오르는 로컬 브랜드가 있으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마는 로컬 브랜드도 있는 법. 모두작가 이번 달에는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가치와 고유한 문화를 살려 지역 고유의 브랜드를 만들어 가는 분들과 함께 '로컬과 브랜드'라는 주제로 로컬 브랜드의 현재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좌담회 참석자
본인 및 활동 소개
각자 다양한 분야에서 로컬 브랜딩 활동을 하고 계신데, 활동 지역과 그곳에서 하는 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립니다.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이선철 감자꽃 스튜디오 대표 (모더레이터)
오늘 모두작가 진행을 맡은 이선철입니다. 현재 문화기획 예술 경영가이자 강원도 평창에서 감자꽃 스튜디오를 운영해왔습니다. 저는 최근에 같은 지역에 하루 이상 머물지 않을 때가 대다수일 정도로 많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로컬과 브랜드와 관련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진행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지역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로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평창 못지않게 국내외 여행객의 사랑을 받는 강원의 도시가 강릉이 아닐까 합니다. 로컬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과 함께 강릉의 지역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활동에 관해 소개 부탁드려요.
#스테이 프로그램과 로컬 브랜딩
최지백 더웨이브컴퍼니 대표
더웨이브컴퍼니 최지백입니다. 저는 2018년 강릉으로 이주했습니다. 당시에는 평창 올림픽과 강릉역 개통으로 강릉에 인프라가 활발히 조성되던 때였는데요. 앞으로 잠재적인 가능성이 많은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어 강릉으로 이주를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이주한 강릉에서 일 년간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생각보다 어려운 창업 환경을 마주하게 되었고,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한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에 선정이 되면서 <강릉살자>라는 청년 이주 정착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이 프로젝트 이후로 지역 주민의 관점에서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간 재생과 로컬 브랜딩
이승민 한국리노베링 대표
2018년 제주에서 리노베이션 스쿨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게 된 한국리노베링 대표 이승민입니다. 현재는 제주를 본사, 서울 연희동을 사무실로 두고 다양한 지역을 다니며 지역 상권 활성화에 대한 연구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지역 문화를 만드는 일은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 작업이지만 그 중에서도 예술 분야 전문가와의 협업은 지역의 삶을 보다 풍요롭고 다채롭게 만드는 데 중요할 것 같습니다. 예술인과 함께 지역에 활력을 더하는 활동에 대해 소개 부탁드려요.
#지역 예술가와 로컬 브랜딩
신현길 아트브릿지 대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축제와 공연을 만드는 아트브릿지 대표 신현길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트브릿지를 서울 종로구 창신동의 예술인, 봉제인과 함께 만든 공연이나 축제로 기억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 저는 2012년부터 창신동에서 거주하다가 올해 초 충청남도 아산시에 위치한 외암민속마을로 이주해 초가집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외암민속마을과는 2012년부터 공연을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면서 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공연을 통해 마을 분들과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게 되었고, 이후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살린 한복 패션쇼, 문화유산 야행 프로그램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주로 공연과 축제를 기획하지만, 지역으로 예술가를 초대하고 그 예술가들이 해당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일에도 많은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습니다.
지역성과 로컬 브랜드
#지역과 로컬 브랜드의 관계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이선철 대표)
최근 '로컬'이라는 말이 다양한 곳에서 쓰이고 있는 만큼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 텐데요. 지방, 지역, 고향, 마을, 공동체를 다 아우르는 말로써의 로컬과 지역에서 탄생한 기업이나 브랜드로써의 로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여러분은 '로컬 브랜드'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어떤 관계성과 정체성을 떠올리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이선철 :
저는 로컬 브랜드 하면 크게 세 가지 개념이 떠오릅니다. 첫째, '솔향 강릉'이나 '햇사레'와 같이 지역사회 슬로건이나 각종 농산물에 붙이는 브랜드명으로써의 로컬 브랜드입니다. 두번 째로는 '강릉 테라로사'나 '춘천 감자빵'과 같이 지역에 있는 개별 기업이나 단체 등이 스스로 만든 로컬 브랜드가 떠오르고요. 마지막으로 '경리단길', ‘관아골’과 같이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역의 자체적인 브랜드를 만드는 브랜딩 사업으로써의 로컬 브랜드가 생각납니다.
지역 고유 문화를 활용한 활동을 하면서 지역의 자원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새로운 변화가 생길 것 같습니다.
최지백 :
저는 로컬 브랜드의 개념보다는 로컬 브랜드가 지역에 가져올 수 있는 효과에 대해 더 고민하고 집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워케이션'이라는 개념에서는 지역의 생활 인구나 관광객 유입 효과 같은 것을 확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수치적으로는 정주 인구, 생활 인구수 등을 보는 것이죠. 로컬 브랜드라는 개념도 마찬가지로 이 개념의 시작 배경과 지속 가능성, 로컬 브랜드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치, 브랜드를 통한 상품화 등을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선철 :
그런 고민들이 만들어낸 구체적인 성과는 무엇이 있나요?
최지백 :
실례로 저희가 2019년에 만든 공유 오피스 '파도살롱'이 있습니다. 저희는 '파도살롱'을 공유 오피스의 개념보다는 '코워킹 스페이스'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위워크 같이 서울에 있는 공간을 싸게 매입하고 이를 잘게 쪼개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사실 이 비즈니스 모델이 지역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사업 모형이긴 하지만 저희는 이 공유 오피스를 통해 로컬 크리에이터에게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머물면서 주변인과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저희의 목표입니다.
이선철 :
실험적입니다. 파도살롱은 서울에 있는 대규모 공간들과 달리 로컬 크리에이터가 협업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독특한 앵커 공간으로 존재한다는 점에서 로컬의 특색을 담은 강릉의 새로운 사업 모델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역 현장에서 주민들과 직접 부딪히며 활동하시면서 알게 된 로컬 브랜드를 대하는 지역민들의 생각과 태도는 어떤가요?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신현길 대표)
신현길 :
저는 창신동 '뭐든지 예술학교', '창신문화밥상'처럼 나름 지역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요. 서울에서와 달리 제가 아산에 내려와서 다양한 곳을 방문하며 느낀 점은 지역에서 아직 ‘로컬’이라는 단어를 버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로컬 브랜드, 로컬크리에이터라는 말이 자주 쓰이고는 있지만 실제로 지역 주민이나 관계자들이 정확한 개념을 알지 못하거나 각각의 개념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이 분들이 로컬 브랜드가 지역에 어떻게 접목되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접목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상당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을 느꼈는데요. 그 중 더욱 아쉬웠던 것은 지역 성장이나 지역 생존에 집중해 주로 관광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로컬 브랜드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방문객의 수와 수익에만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문화예술이 로컬 브랜드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는 굉장히 적습니다. 실제로 로컬 브랜드 강연을 진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로컬 브랜드에 대한 지역 스스로의 고민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로컬 브랜드에 대한 고민이 있다 해도 지역에서 자발적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 필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진행되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거든요. 지역 사람들에게 로컬의 의미가 긍정적으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지역의 예술가들이 모여 다양한 세력과 생산적인 담론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철 :
뒤에 로컬 브랜드의 환상과 현실이라는 질문이 준비되어 있었는데 마침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 해주신 것 같습니다. 말씀해주신 내용에 많은 부분 공감합니다. 사실 로컬이라는 말은 로컬푸드 판매장을 운영하면서 쓰이기 시작한 용어인데요, 직역하면 향토음식이라는 건데 굳이 로컬푸드 라는 말을 사용한 데에는 '로컬'이라는 단어가 사람들한테 더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앞서 신대표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로컬 브랜드의 이상과 실제 사이의 괴리가 있음에도 저는 로컬 브랜딩 활동 중에 성과가 있는 것들이 꽤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딸기가 주요 브랜드였던 논산시에서 인구소멸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육군 병장 캐릭터를 개발해 지역 브랜드를 새롭게 구축한 것처럼 시대의 변화와 지역이 마주한 문제에 맞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도 앞으로 로컬 브랜드의 과제일 것 같습니다.
최지백 대표는 고향이 경기도 과천인 걸로 알고 있는데, 연고가 없는 강릉으로 가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최지백 :
대학생 시절부터 군 복무 시기까지 울산, 대구 등 고향을 벗어난 지역에서 지내다 보니 타지가 낯설거나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또 강릉은 서울과 접근성이 좋고 산과 바다, 호수 등 다양한 자원이 있는 지역이라 더 끌렸던 것 같아요. 강릉 이주 초기에는 지역에서는 극소수에 불과했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그 프로그램에 자부심을 갖는 강릉 시민들을 보며 비즈니스의 지속성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했습니다. 사실 청년마을 사업을 진행하면서 정말 문화공연 지원과 인프라가 척박한 지역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요. 그에 비해 강릉은 일을 하기에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강릉이 더 좋아졌던 것 같습니다. 강릉으로 이주한 지 올해로 6년 차인데, 창업가의 관점에서 아직은 채운 것보다 채워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강릉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관심을 갖고 그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찾아내려고 합니다.
요즘 한달 살기, 일년 살기 등 다양한 유형의 이주 모델이 있습니다. 시댁이나 처갓집이 아닌 이상 지역 주민으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이주한 지역에 자리를 잡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데요. 어떻게 지역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되셨나요?
이선철 :
그럼에도 최대표님의 경우는 이주 지역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청년마을사업이 진행되는 걸 보며 인상 깊었던 점은 다른 지역은 청년 모집에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데, 강릉은 7:1의 경쟁률을 보일 정도로 청년들의 호응이 좋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신현길 대표가 거주 중인 외암민속마을의 꿈다락 예술학교의 경우도 학부형들의 반응이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서울 창신동과 외암민속마을은 아주 다른 매력이 있을 것 같은데, 두 지역에서 각각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신 건가요?
신현길 :
창신동은 봉제 공장이 밀집된 달동네인데, 저는 그곳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활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지역의 역사와 사람들, 그들이 품은 활기를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에 자연스럽게 창신동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외암민속마을은 조선시대 촌락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마을로, 민속촌처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공간이 아닌 실제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입니다. 초가집, 논과 냇가, 산이 마을의 정취를 자아내는 외암민속마을에서 공연을 진행하며 상당한 매력을 느꼈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11년간의 서울 생활로 힘들었던 마음이 외암마을에서 치유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것 외에도 외암마을이 재미있는 이유는 옆 동네 송악마을에 있는 ‘해유’라는 공동체 공간인데요. '해유'는 교육 공동체 공간인데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입장에서 정주여건이 잘 형성되어 있는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선철 :
개인적으로 지역 고유문화를 유지하면서 정주공간과 관광지로써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마을이 아주 좋은 마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저 역시 대학로에서 치열하게 살다가 평창 산골마을로 이주하고 느낀 치유의 감성을 아직까지 잊지 못합니다. 처음에는 다시 서울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거주했는데 어느덧 2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30대였던 제가 이제 환갑을 바라보고 있네요.
로컬 브랜드의 환상과 현상
# 지역이 바라보는 로컬 브랜드 vs 로컬 브랜드가 바라보는 지역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최지백 대표)
많은 사람이 로컬에 대한 환상을 갖고 창업에 도전하지만 동시에 혹독한 현실에 맞닥뜨리며 환상이 깨지는 경우도 많죠. 로컬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함께 어려움이나 제약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려주시겠어요?
최지백 :
강릉은 로컬 가능성에 대한 수혜를 가장 많이 받은 지역 중 한 곳입니다. 제가 강릉에서 활동하기 이전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의해 로컬 크리에이터가 양성되었고 그 분들이 현재 활동하는 로컬 크리에이터와 지역 브랜드가 만들어지는 생태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 중앙정부에서 진행한 사업이다보니 지역 자원을 제품화하고 서비스화하기 위한 투자 유치용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하는 과정들이 다소 정형화되지 않았나 하는 우려도 있긴 합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이 로컬 크리에이터로 하여금 지역의 재미있는 요소를 발굴하고 비니지스적인 재미를 느끼게 하는 데에는 제약 요소로 다가가는 것 같아요.
모두가 성공하는 로컬 브랜드를 꿈꾸지만 시장에서 살아남기는 쉽지 않죠. 각자 활동하시는 지역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뜨고 지는 것을 목격할 것 같은데, 이러한 현상에 대한 견해가 궁금합니다.
신현길 :
제가 볼 때 로컬은 아직 가공되지 않은 원석 같습니다. 파이가 작다 보니 지역 내 갈등도 많이 발생하게 되죠. 로컬이라는 원석을 잘 가공하기 위해서는 타협과 배려, 수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 이야기를 하면, 창신동과 외암민속마을에 다양한 축제를 운영하면서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려고 했으나 다양한 이해관계로 인해 무산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도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도전하다 보면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외암민속마을의 경우 이미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잡았다고 보고요. 이 로컬 브랜드가 전국적으로,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는 프로젝트로 키워나가는 것도 지역해서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덧붙여 저희 아트브릿지가 토박이가 많은 외암민속마을과 그 옆의 외지인이 많은 해유 공동체를 잇는 매개자 역할을 소소하게 수행하고 있는데요. 이런 활동들이 의미가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선철 :
우리 같은 로컬 크리에이터가 이주자와 원주민, 마을과 마을 간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전국의 다양한 지역에 머무면서 그곳의 문화를 직접 경험하는 만큼 활동하신 여러 지역에서 각 지역의 차이를 피부로 직접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이승민 대표)
이승민 :
‘로컬에는 기회가 없다, 로컬은 어렵다’ 라는 말의 기저에는 ‘어느 지역 보다’라는 비교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비교 대상은 대부분 서울 같은 대도시겠죠. 그 비교대상과 함께 로컬을 인식하기 때문에 로컬에서 희망을 찾거나 어렵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농어촌 지역에서 활동을 자주 하는데, 직접 마주해보면 대도시와 소도시의 공통점이 많이 보여요. 저희 사무실이 있는 연희동을 예로 들면, 연희동도 깊숙히 안으로 들어가면 오래 거주한 사람들의 커뮤니티가 견고하게 생성되어 있거든요. 표면적으로 연희동은 젊은 세대의 유입이 많은 동네처럼 보이지만, 실제 동네를 움직이는 코어 커뮤니티가 이면에 존재하고 있는 동네입니다. 그 코어 커뮤니티의 원동력은 로컬과 같이 그 공간에 오래 거주하신 주민들에 있는 것이죠. 제가 느낀 대도시와 소도시의 차이점을 말해보면, 대도시 커뮤니티의 경우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익명성을 보장받고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어요. 그런데 지방이나 소도시의 경우는 개인이 지역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떤 태도를 갖느냐에 따라 당락이 갈릴 수도 있거든요. 그런 점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로컬에서의 활동이 대도시보다 경쟁이 덜 힘들어서 독점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 안에도 경쟁이 있고 살아남기 위해 고민하는 크리에이터가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로컬을 대안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 자체를 바라보고 활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선철 :
전공과 실력을 떠나 로컬에서는 ‘에튀튜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주민을 대하는 태도, 커뮤니케이션 스킬, 공감 능력 등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요소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길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 일상 속에 녹아 든 로컬 브랜드
앞으로 로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최지백 :
저는 로컬이라는 것도 하나의 트렌드라고 생각해요. 다음 세대에선 로컬이 아닌 다른 용어를 쓸 수도 있겠지만 결국 지역과 지역 문화예술에 대한 창업은 이어질 것 같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시대의 흐름에 따라 로컬 크리에이터들도 변화를 맞이하며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의 진짜 수요가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그리고 고객의 수요와 지역의 자원을 어떻게 매력적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한 꾸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저도 고민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이선철 :
지역의 특성과 고객을 찾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시장에서 버텨내는 힘은 브랜드에 맞는 시장을 찾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데, 지원사업부터 찾는 창업가들을 보면 조금 안타깝더라고요.
신현길 :
지역의 로컬 브랜드는 지역의 오아시스 역할을 합니다. 지역에 목마른 사람들이 모여 새로움과 혁신을 찾아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갈증을 해소하는 역할을 충실히 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선철 :
지역의 모든 주민 분들이 문화예술에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문화예술 분야는 축제, 공연 등을 통해 지역을 풍요롭게 만드는 오아시스 역할을 분명히 해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민 :
설명하지 않아도 대중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태의 브랜드가 탄생하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지역 간의 격차를 느끼는 것도 사실입니다. 제주나 강릉의 경우, 길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사람들이 로컬 브랜드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어요. 하지만 주민들조차 로컬 브랜드를 인식하지 못하는 지역들도 많더라고요. 이런 격차를 줄여 로컬 브랜드가 공기처럼 당연하게 인식되는 문화가 형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선철 :
일상 속에서 브랜드를 인지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설명이 필요없는 브랜드가 가장 좋다는 말이 있듯, 브랜드의 본질에 충실해서 지역에 공기처럼 존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선철 :
저는 지자체의 물질적인 지원도 물론 중요하지만 관계자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예술가, 창업가, 기획자, 귀농인 등 도전하는 사람들을 잘 케어 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시되는 것이 로컬 브랜드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역문화진흥원에게 기대하는 바
지역성과 로컬 브랜드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역문화진흥원에서도 지역의 매력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로컬100 사업처럼 지역의 매력을 드러내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오늘 참여해주신 분들은 지역문화진흥원에게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으신가요?
신현길 :
정부에서 지원하는 사업을 수행하다보면 과제의 목적이 정해진 형태로 내려온 사업이 많다보니 단순히 쳐내기 바쁘고 지역에서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플레이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오히려 '지역에서 자체적으로 사업 공모를 받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원금을 주고 지역과 사람들이 하고 싶은 걸 해볼 수 있게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세부적인 내용까지 지정된 사업보다 지역 특색에 맞고 예술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역민이 함께하는 통합적인 사업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최지백 :
로컬100에 선정된 브랜드를 보면 대전 성심당, 양양 서퍼비치 등 이미 많이 알려진 곳들이 많습니다. 로컬100이라는 사업이 지역의 브랜드를 조명하는데 의의가 있다면 사람들에게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롭고 다양한 스타를 발굴하고 띄워주는 역할을 하는 사업이 시행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역문화진흥원 진행한 <지역인력성장지원 및 창업지원모델연구>에 관한 자문회의에서 창업 지원에 대한 고민과 방향성에 대한 담론을 나눈 적이 있는데요. 고도화된 성장 모델 구축 지원보다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려 다양한 예술 활동을 펼치는 활동가를 지원해주는 창업지원 모델에 구축 지원 사업이 생기겨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선철 :
관광 분야에서는 이미 테마여행 10선, 관광거점도시 등 로컬 관광 사업이 활성화된 지 오래되었잖아요? 이제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이러한 사업이 자리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이승민 :
저는 여러 지역을 다니며 나전칠기와 같은 전통 공예품과 그 문화를 지키려는 주체는 있는데, 정작 소비하는 주체와 문화는 부족한 경우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열심히 지역문화를 만들어도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이 없으면 지역문화과 지속되기 어려운 만큼, 소비자 중심(고객 중심)의 정책이 생겨나야 지역문화가 활성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서울의 한 편집샵의 경우 개업 시 내부에 걸어놓는 북어 같은 전통문화 요소를 사람들에게 친숙한 인형으로 대체하기도 하거든요. 이렇게 전통문화를 현대식으로 재해석해 상품화하는 것을 많이 보게 되는데, 아직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초기 단계이지만 그만큼 개발할 수 있는 요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장 저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확장성을 더하는 것도 지역문화진흥원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요?
신현길 :
지역에서는 지역 공무원의 영향력이 큰데요. 그럼에도 지역문화진흥원에 대한 지역 공무원의 인식은 낮은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로컬100 같은 주요 사업에 대한 이해가 없고 신청할 수 있는 여건임에도 신청을 하지 못합니다. 사업 인지도가 너무 없는 것이죠.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역 실무자와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업 홍보를 활발히 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선철 :
행정엔 소통과 교류가 중요하다. 굉장히 좋은 사업임에도 소통의 부재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공무원과는 달리 민간에서는 다양한 기회를 잡기 위해 지원사업에 대한 촉각을 곤두세우곤 합니다. 지역문화진흥원이 민간에게 사랑받는 기관이 되어 민간이 공무원을 끌고 들어올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준다면 기관의 존재감이 더 빨리 확산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로컬 공간 소개
어느덧 마지막 질문입니다. 모두작가 독자분들께 주목할 만한 로컬 브랜드 공간 또는 지역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최지백 :
강릉 <삶은감자>
- 주소 : 강원 강릉시 임영로 197-1 1층
강릉 지역의 특산물인 감자를 활용한 귀여운 디자인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강릉 대표 소품샵.
MZ세대 감성을 저격하는 <삶은감자>에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껴보세요.
이승민 :
① 연희동 <쏘블루>
- 주소 :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27 1층
파랑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선보이는 작은 서점 겸 카페.
주인장의 덕질이 고스란히 담긴 쏘블루에서 여러분의 하루를 파랑으로 물들여 보세요.
② 괴산 <뭐하농 하우스>
- 주소 : 충북 괴산군 감물면 충민로 694-5
괴산의 풍경과 어우러지며 힐링의 시간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선사하는 카페.
로컬 건축 디자인의 정수를 보여주는 뭐하농 하우스에서 농촌의 편안함과 역동감을 느껴보세요.
이선철 :
① 고성 <동해형씨>
- 주소 : 강원 고성군 죽왕면 공현진길 64 1층
동해 바다에서 건져올린 아버지의 수산물로 만드는 반려동물 수제간식 상점.
고성을 담아낸 감각적인 공간에서 반려동물을 위한 건강하고 맛있는 간식을 만나보세요.
② 강릉 <테라로사>
- 주소 : 강원 강릉시 구정면 현천길 7
한국 커피 전문가 1세대가 운영하는 카페 겸 커피공장.
장인 정신을 담아 내린 핸드드립 커피와 함께 향기로운 강릉 여행을 시작해보세요.
③ 강릉 <버드나무 브루어리>
- 주소 : 강원 강릉시 경강로 1961
강릉의 오랜 막걸리 양조장을 리모델링한 맥주 양조장.
한국적 풍미 가득, 강릉 느낌 물씬 나는 시원한 맥주 한 잔 즐겨보세요.
신현길 :
① 영덕 <영덕 블루로드>
- 주소 : 경북 영덕군 강구면 강구리 산18-1
푸른 바다와 초록빛 산을 품은 해안 도보 길.
동해안을 길게 이은 블루로드를 걸으며 영덕 곳곳의 아름다운 명소를 가득 담아보세요.
② 당진 <버그내 순례길>
- 주소 : 충남 당진시 합덕읍 성동리 1-40
한국천주교회 순교자들의 숨결이 녹아 있는 한국의 산티아고길.
당진의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어우러진 길을 걸으며 마음을 치유해 보세요.
클로징
모두작가 이번 시간에는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로컬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들과 함께 로컬 브랜드의 현주소와 로컬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는 가을을 맞아 로컬 크리에이터가 직접 추천한 지역을 빛내는 공간을 방문해 우리가 몰랐던 지역의 매력을 발견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번 달 지역문화진흥원 블로그 <문.구.점>에서는 '로컬'이라는 주제에 따라 지역의 특성이 고스란히 담겨진 공간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지역민의 다락방 역할을 하는 소규모 영화상영관 강릉의 <무명>, 소를 키웠던 공간에서 이야기를 키워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한 <소집>, 진청의 동해바다와 함께 책을 만나볼 수 있는 속초의 다양한 <독립서점> 등 지역이 자랑하고 지역민이 사랑하는 다양한 로컬 공간을 소개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지역문화진흥원에서는 지역의 삶과 마주하는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역량강화를 지원하는 <지역문화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로컬의 삶과 마주하는 공간 운영, 브랜딩 등 다양한 과정이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문화가 있는 날 누리집을 확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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