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 시대, 지역 소멸 담론이 거세다. 하지만 지역은 도시의 정의(定義)가 아니라 지역의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려는 ‘지역의 정의’가 요청된다. 일본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인구감소는 위험하다는 착각’에 대해 일갈했듯이,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는 로컬의 힘을 신뢰하자. 진주 어른 김장하 선생의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위대한 형평(衡平) 정신, 서점 하나 없는 도시에 살기 싫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산업도시 구미에 서점을 열어 ‘행복한 고통’을 즐기는 구미 삼일문고, 광주비엔날레 기간에 예술가와 지역 주민이 서로 협력하며 개최하는 양림골목비엔날레, 생활문화 활동을 통해 박힌 돌·굴러온 돌·굴러올 돌 ‘삼돌이’가 어우러지며 탄광촌이 사라진 영월에서 ‘문화광부’가 된 주민들의 이야기는 로컬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를 잘 보여준다. 고향사랑기부제 추진 첫해인 2023년, 인구와 일자리 이야기를 넘어 로컬이라서 꿈꿀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非凡)한 힘을 우리는 여전히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