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적 성찰이 더욱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등 융합적인 성격이 강조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크리스티안 마두스베르그는 인문학(humanities)이야말로 새롭게 상상하는 법과 창의성의 원천임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에 관해 예리한 관점을 갖기 위해 “문화적 지식과 인간적 경험에 대한 해석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환경이 변화하는 시기에는 인간성의 감정적, 심지어 본능적 맥락과 재접속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 등 재앙과 기술발전으로 대변되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해 인간성을 증진시킬 새로운 사회질서에 대한 성찰이 함께 진행되어야 함을 매우 강조한다.
예기치 못하게 맞이한 코로나19는 언택트 시대의 도래를 촉진했는데, 이와 함께 인문학적 고려와 사람들과의 관계, 지역의 공동체가 더욱 중요시되고 있다. 원거리 이동이 어려워지면서 일상생활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ontact), 오프라인 공간에서 집으로(hometact), 도시 및 중심가에서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소위 로컬택트 (localtact)의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창작자들은 ‘지방’을 글로벌과 연계하여 능동적인 ‘로컬’로 인식하여 시골의 변두리가 아닌 혁신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소외된 변경으로서의 지방보다는 지역자산을 토대로 ‘자랑스러우며, 보존하고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 요소들의 ’로컬‘이 많아지면서, 지역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커뮤니티, 체험, 공감, 감성에 대한 욕구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며, 이때 지역은 단순히 소외된 지역이 아닌 능동적인 ‘로컬’로의 변화를 요구하게 되었다.
로컬크리에이터에 주목하는 이유
‘로컬크리에이터’는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을 뜻하는 크리에이터(Creator)의 합성어로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의에 따르면,‘지역의 자연환경, 문화적 자산을 소재로 창의성과 혁신을 통해 사업적 가치를 창출하는 창업가’로 정의할 수 있다. 지역 관광, 문화 및 자원을 기반으로 사업모델을 접목시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이란 의미이다. 이에 대한 관련 연구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라이프스타일과 골목상권 등과 연계하여 지역의 창의적 소상공인의 개념으로 지역에 접목하려는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골목산업’으로 정의된 10개 업종(독립서점, 베이커리, 카페, 브루어리, 게스트하우스, 갤러리, 패션, 코워킹스페이스, 공방) 들과 함께, 유·무형의 특색 있는 지역 자원에 창업가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함으로써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부적으로는 총 7가지 유형(스마트관광, 자연친화활동, 로컬푸드, 지역기반제조, 디지털문화체험, 지역가치, 거점브랜드)이 분류되고 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고려하고 업종 등 한정된 시각과 분류를 넘어서, 뉴노멀 시대 지역문화를 염두에 두고 실천적인 접근과 연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기존 정책 연구들이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의 개념과 범위를 모호하게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지원사업 대부분이 로컬크리에이터의 대표적인 활동무대를 지역의 골목상권으로 국한시켜 이해함으로써 지역 내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혁신이 이루어지는 분야나 문화와 관련된 부분들로의 확장 가능성이 제한된 측면도 있다. 로컬크리에이터의 핵심층인 청년집단과 지역주민의 연계를 통해 지역과 지역문화가 계속해서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관점에서 지역 기반의 장기 추적 연구와 로컬택트를 고려한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포스트코로나 시대, 로컬크리에이터와 지역발전
지역문화와 같은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주체로서 지역 기반의 인적자원과 지역주민의 중요성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청년집단과 로컬크리에이터를 양성하는 측면에서 이는 매우 흥미롭고 중요한 주제임이 분명하다. 실제로 많은 지역들에서 로컬크리에이터들은 다양한 영역에서 창의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은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최근에 나타나는 현상을 살펴보면, 음식점, 카페뿐 아니라, 코워킹, 코리빙, 건축·디자인 사무소, 복합문화공간, 공방, 독립 서점, 예술가 스튜디오 뿐 아니라,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일본의 경우 오노미치 지역에서는 자전거 애호가들을 위해 싸이클 호텔을 만든 경우도 있고, 춘천의 감자빵 사례는 젊은이들의 감성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한 경우임을 상기해볼 수 있다.
일본 오노미치 U2_자잔거호텔(출처_홈페이지)
춘천의 유명한 로컬푸드_감자빵(출처_카페 감자밭 인스타그램)
지역의 문화와 자원을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수제 맥주산업을 성공적으로 발전시킨 미국 포틀랜드(Portland) 사례는 로컬크리에이터를 통해 지역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한 사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포틀랜드는 기존 맥주산업 관련 자원과 대안적 생산 시스템, 전통 양조방식의 창의적 적용, 지역의 강한 펍 컬쳐(pub culture)를 바탕으로 수제 맥주산업에서 큰 성공과 함께 강력한 지역기반 브랜드를 만들었으며, 새로운 형태의 소비경관을 창출하고자 하였다. 한국에서는 제주도에서 해녀공간과 관련 콘텐츠, 해산물이라는 로컬푸드를 결합하여 지역문화의 체험을 융복합적으로 할 수 있는 ‘해녀의 부엌’과 같은 콘텐츠가 인기이다. 이는 해녀의 전통성을 보전하고 해산물의 가치를 전달하면서도 지역의 이야기라는 문화자원을 창의적인 로컬크리에이터가 잘 살린 경우이다.
제주_해녀의 부엌사례(출처_홈페이지)
포틀랜드의 수제맥주
정부에서는 로컬크리에이터에 대해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판단하여 단순한 정책적 틀로 국한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로컬크리에이터가 골목의 범위를 벗어나 더 넓은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더 많은 가치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문화적 생태계 구현을 목표로 다양한 요인들이 검토되어야 한다. 단기적인 수익보다는 젊은 창작자들이 잘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계속 새로운 사업들을 시행해 나가며, 지역문화를 토대로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창조성이 의미를 갖는 것은 그 핵심이 되는 창조인력이 그들의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지역이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다양한 지역의 발전을 유도하고, 지역의 창조적인 인프라를 만들어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로컬택트가 훨씬 더 중요해질 포스트코로나 시대, 창조적인 촉매인력의 문화적 고찰과 정착을 통해 지역발전의 희망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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