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자동차로 교통 생활의 혁신을, 에너지와 기계로 산업현장의 혁신을, 인터넷으로 통신 생활의 혁신을 이뤄온 기술! 시대에 따라 발전해 온 기술은 이제 오늘날 우리의 문화생활에도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불러오고 있는데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지역문화와 기술의 만남은 어디까지 진행되었고 앞으로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할까요? 일상 속 문화를 즐기는 방법부터 지역문화와 기술의 만남까지, 모두작가 이번 달에는 ‘지역문화와 기술’이라는 주제로 이야기 나누어보았습니다.
*좌담회 참석자
본인 및 활동 소개
이번 모두작가에 참여해 주신 분들 모두 본인만의 전문 분야에 기술을 결합한 형태로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오고 계시는데요. 각자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정종은 교수
예술과 기술 융합 분야 중에서도 특히 축제부터 공연까지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정성진 PD님을 모셨는데요,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와 해오신 활동에 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서귀포시 구석구석 문화를 배달하다
정성진 PD(서귀포혁신도시 구석구석 문화배달 활력촉진형 총괄PD) (이하 정성진 A)
제주서귀포혁신도시 구석구석 문화배달 활력촉진형 총괄PD를 맡고 있는 정성진입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2년 여간 참여했던 과천 축제로 일을 시작하여, 의정부 국제음악극축제 기획팀장으로 오래 재직했습니다. 최근 기획한 예술과 기술융합 프로젝트는 2023년 10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초연한 Urban Walks InTo입니다. 주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공간이나 스토리를 사람들이 새롭게 감각할 수 있는 작품을 기획하고 운영해 왔습니다.
정종은 교수
국민의 문화권 보장을 위해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사업인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이 사업이 서귀포시에서는 어떤 형태로 시행되고 있는지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성진A PD
서귀포 혁신도시에는 여러 공공기관이 있습니다. 그중에는 국립기상과학원 같은 과학기술 전문가들이 종사하는 곳도 있습니다. 서귀포시에 머무는 분들이 많지만, 그동안 지역민을 위한 예술, 공연 등과 같은 문화 콘텐츠가 많이 제공되지는 못했습니다.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은 서귀포 혁신도시 지역민들이 보다 많은 문화 콘텐츠를 향유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진행되는 사업입니다. 처음에는 아동과 청소년을 위한 문화 프로그램을 많이 제공했고, 최근엔 기술 융복합 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서귀포시가 국립기상과학원처럼 전문 기술력을 보유한 기관이 많이 포진된 곳임에도 불구하고 기술을 활용한 문화 콘텐츠는 많이 없었는데요.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주에서는 기술 융복합 프로젝트를 경험하는 게 쉽지는 않기 때문에 서귀포시가 보유한 전문기관과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을 많이 시도했습니다.
정종은 교수
전국에 10개의 혁신도시가 있는데 서귀포시의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적용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술과 기술 융합이 선사하는 새로운 즐거움
정종은 교수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한류와 관련된 굵직한 행사로 많은 분들한테 익숙한 기업인데요. 최근에는 ‘파라다이스 아트랩’이라는 사업으로 주목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 2019년부터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라는 주제로 신선한 시도를 이어오고 계신데요. 본인 활동과 ‘파라다이스 아트랩’ 소개 부탁드립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
김진희 부장
저는 파라다이스문화재단에서 문화, 콘텐츠 사업을 총괄하고 있습니다. 영화부터 아트앤테크 분야까지 여러 예술 사이를 가로지르며 다양한 문화사업을 기획하고 실행하는 기획자입니다. 저희 재단이 기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트랩 런칭을 준비하면서부터인데요. 2017년 말부터 사업 런칭을 준비하면서 아트앤테크라는 주제로 사업 공모를 시작했고 지금까지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주제로 행사를 이어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파라다이스 아트랩 사업은 기술을 활용한 예술 작품의 창·제작을 지원하는 사업인데요. 지원사업의 결과를 페스티벌 형태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2019년부터 작년까지 총 4회에 걸쳐 영종도에 위치한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페스티벌을 진행했고요. 2024년에는 페스티벌 베뉴를 서울 장충동으로 이전해서 진행했습니다.
정종은 교수
올해 장충동으로 이전해서 사업을 진행하고 계신데, 이전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신 게 있을까요?
김진희 부장
베뉴의 차이가 가장 큰데요.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호텔 리조트에서 족발집처럼 친숙한 상점이 즐비한 일상적인 공간으로 이동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행사를 진행했을 때에는 대형 스튜디오를 메인 공간으로 활용해 작품의 스케일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기획했다면, 서울 장충동에서는 하나의 공간이 아닌 여러 공간으로 나눠서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작품만 강조하는 것이 아닌 지역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역에 스며들어야 이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처음부터 구청의 문을 두드렸고 지역 예술가, 지역 상점들과의 협업 요청을 많이 드렸습니다. 이렇게 일상의 공간으로 베뉴가 이동하면서 페스티벌의 성격 자체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술 작품의 스케일은 전보다 작아졌을지언정 실험성은 더 도드라지고, 지역과 협업하는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사실 이전까지의 아트랩 행사가 지역과의 협업이 중요하게 작용했던 사업은 아니었는데요. 올해 장충동에서 진행을 하면서 지역과의 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정종은 교수
말씀해주신 것처럼 행사의 공간이 달라지면서 관객의 모습에도 변화가 생겼을 것 같은데요.
김진희 부장
이전에는 리조트 내에서 충분한 시간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열린 마음의 관객들과 소통했다면 서울 장충동에서 만난 관객은 일상을 살아가는 바쁜 사람들이었습니다. 저는 축제는 관객과 함께 완성해 간다는 점에서 관객의 풍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렇게 사업의 공간이 달라지고 관객이 달라지면서 ‘파라다아스 아트랩’이 지닌 성격이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이 기술을 만났을 때
정종은 교수
이번엔 클래식 음악과 기술의 만남입니다. 케빈앤컴퍼니는 초창기 해외 클래식 라이브 공연 중계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는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고 계신가요?
[클래식 음악 OTT 플랫폼 뮤직온에어] ⓒ2024.케빈앤컴퍼니.All rights reserved.
케빈앤컴퍼니
정성진 팀장 (이하 정성진B)
케빈앤컴퍼니는 영화관에서 클래식 라이브 공연을 중계를 시작하며 성장한 회사입니다. 이를 토대로 2021년에는 클래식 TV 채널인 ‘오르페오TV’를 런칭했고요. 작년에는 한국 최초로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한 OTT 서비스를 선보였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배급사, 방송국, OTT 서비스이자 콘텐츠 회사라고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정종은 교수
음악을 OTT 서비스화한다는 것이 새롭게 느껴지는데 이런 서비스를 어떻게 구상하게 된 건가요?
정성진B 팀장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지 않고 개인 공간에서 콘텐츠를 즐기기 시작한 흐름을 포착한 것에서부터 시작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선 새로운 시도라 우려와 걱정도 많았지만 저희는 다행히 유럽의 유럽의 협업사와 국가지원사업을 통해 사업을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궁극적인 사업 목표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대중화시키는 데 있습니다. 잘츠브루크 페스티벌 같이 유럽 현장에 직접 가야만 즐길 수 있었던 작품을 이젠 집에서 간편히 OTT 서비스를 통해 만나볼 수 있죠. 또 이용자의 편리한 작품 이용을 위해 오페라를 포함한 자막이 있는 모든 콘텐츠는 자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비스가 제공된 지 많은 시간이 흐르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서비스를 운영해오면서 체감한 변화나 성과가 있으신가요?
정성진B 팀장
작년에 트위터를 통해 뮤직온에어가 알려지고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1020세대의 이용자가 굉장히 많이 유입되었습니다. 저희가 예상한 주 소비자층은 사실 5060세대였거든요. 이런 경험을 통해서 저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어린 친구들이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꽤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정종은 교수
세 분의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이라는 것이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질 수 있구나 싶은데요. 이번 시간에는 ‘사람들의 문화 향유 방식을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기술’과 ‘지역성을 담아내는 창작이나 표현에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술’ 이렇게 두 가지의 차원에서 지역문화와 기술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지역민의 문화향유를 돕는 기술
시민들의 문화생활이 더욱 편리하고 다채로워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예술에 기술을 접목해 다채로운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감독님은 서귀포시에 있는 주요 기관들과 협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계신데요. 서귀포 시민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기술융합 프로그램을 기획하시면서 혁신도시 서귀포에서는 어떤 가능성을 발견하셨나요?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정성진A PD)
정성진A PD
제주도 전반적으로 야외행사는 많은데 지역민 입장에서는 행사들이 중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친숙한 것들을 낯설게 보여드리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어린이 공연, 현대무용 같이 새롭지만 친숙할 수 있는 것들로 프로그램을 선정했습니다. 올 7월에 weSA와 같이 했던 콘서트는 더 낯설고 난이도가 높은 주제였지만, 뉴미디어 작가분들이 적극적으로 제주를 테마로한 작업물을 가져오셨고 국립기상과학원 관계자 분들도 많은 도움을 주셔서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습니다. 기상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일기를 예보하는 기상과학원의 직원 분들은 미디어 프로그램에 대하여 접근 장벽이 낮았습니다. 이 분들이 기상데이터를 음향화 하고 표현하는 경험을 통해서 악기다루는 법을 알려드리니 더 재미있어 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습니다. 나중에는 기상과학원의 오픈된 소스를 활용하기 어려워하시는 예술가 분들에게 데이터 활용법을 알려주는 교육을 해 드리겠다고까지 하시더라구요. 작가님들과 국립기상과학원 측 모두 서로에게 낯선 것들이지만 작은 것이라도 자기와 연결점을 찾아내려고 서로 열심히 노력하셨던 것 같아요. 실제로 행사장에는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많았는데 공연이 난해하고 러닝타임이 길었는데도 집중해서 작품에 몰입하시더라고요. 지역민들이 낯선 것을 새롭고 흥미롭게 바라보시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이 예술과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 분야에 한 발짝 가까이 다가간 느낌을 받았고 서귀포에서 뉴미디어 퍼포먼스가 더 확장될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정종은 교수
낯설지만 그것들을 매개로 서로에게 익숙한 것들을 찾아가고 공유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말 그대로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WeSA Audio Visual Festival in Jeju 현장 모습] ⓒ2024.제주문화예술재단.All rights reserved.
정성진A PD
어떤 분은 제주도의 신화를 레이저 기술을 통해 추상적으로 표현하셨고 어떤 분은 신경망과 연계된 데이터를 자기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시각화하셨습니다. 과학 데이터에서 받은 영감을 시각, 청각 등을 통해 감각적으로 표현하시는 것 같아요.
정종은 교수
서귀포 혁신도시에 국립기상과학원 외에도 다양한 기관이 있으니까요. 향후 협업 러브콜이 쏟아질 것 같은데요, 다른 기관과 어떤 협업을 통해 멋진 작품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김진희 부장님, 아까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진행된 사업이 장충동으로 넘어오면서 많은 변화를 겪었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사업을 기획하는 입장에서 만나야 하는 사람도 많고 읍소해야 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아요. 많은 것들이 바뀐 만큼 관객들의 반응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이번 아트랩을 방문한 관객의 반응은 어땠나요?
[2023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현장 모습] ⓒ2024.파라다이스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김진희 부장
올해는 완전히 새로운 관객을 만난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올해가 장충에서 진행한 첫해라 올해 행사를 진행하며 느낀 지점들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관객 참여가 너무 저조했습니다. 기술이 결합된 형태의 작품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망설이시는 것 같더라고요. 일례로 외부에서 진행되는 미디어 파사드 작품은 많이 관람하시는데 실내로 들어와서 보다 능동적으로 관람하는 작품에는 참여를 안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지역민들 손을 잡고 같이 들어가서 작품을 관람했습니다. 얼떨결에 들어오신 분들도 막상 관람을 시작하시니까 설명도 너무 집중해서 들어주시더라고요. 사실 지역민에게 아트랩 작품들이 어렵게 다가가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었기 때문에 도슨트도 평소보다 더 신경써서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제가 느낀 건 관객은 기획자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고 열려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관객 분들은 작품을 일단 만나면 섬세하게 관람하고 재밌게 즐기세요. 관객분들은. 다만 그 첫 문을 여는 단계가 어려운 것 같아요. 저희가 그 첫 문턱을 넘는 것만 도와드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디어 파사드‘하면 낯설게 느껴지지만 한 번의 경험만 있다면 ’미디어 파사드? 그거 그냥 벽면에 영상 트는 거잖아.‘ 하는 식으로 친숙하고 일상적인 것으로 변하거든요. 지금 돌이켜 생각하면 아트랩을 처음 선보인 2019년이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예술가에게는 기술이 결합된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것이 어려웠을 테고, 관객들에게는 기술이 결합된 작품을 향유한 적이 없어 낯선 행사였을 테니까요.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관객의 향유 수준이 점점 상승하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앞선 서귀포시의 사례는 혁신도시에 핀셋 타겟팅을 해 전략을 마련했다면,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의 사례는 열린 관객과 만나는 페스티벌입니다. 기술이 결합된 예술에 대한 관객들의 향유 수준이 매해 올라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기술은 어렵다는 인식이 사라지고 있는 점이 고무적인 것 같습니다. 지역 내에서 이런 기술 융합 경험이 쌓인다는 점이 더욱이 고무적인 것 같고요. 서울이 아닌 전국 어디에서도 이러한 소통 과정이 동일하게 적용이 될까요?
[2024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장충 현장 모습] ⓒ2024.파라다이스문화재단.All rights reserved.
김진희 부장
네,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매해 공모를 진행하다 보면 관객에게 구태여 설명하지 않고 관객 스스로가 온전히 감각하도록 하는 수준 높은 작품들이 있는데, 저는 그런 수준 높은 작품을 만나는 경험이 딱 한 번만 있으면 그다음부터는 기술이 결합된 예술을 감상하는 게 더 쉽고 재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장충동에서 진행할 때도 전문적인 지식이 있는 분들이 아니라 정말 평범하고 일반적인 시민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거든요. 장충동 족발집 사장님, 돈까스집 사장님들이 앞치마 매고 오셔서 음악에 맞춰 춤도 추시고 저희와 같이 작품도 감상하셨습니다. 작품에 대한 의견도 적극적으로 주셔서 저는 정말 좋았고, 다시 한번 대중은 기획자의 생각보다 항상 수준이 높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정성진A PD
저도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에 참여했었어요. 사실 저는 장충동 쪽에서 학부생활을 했기 때문에 그 지역이 익숙했거든요. 그런데 예술가들이 기술을 활용해 그 장충동을 표현한 결과물을 보면서 그 지역을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오래된 동네를 다시 보게 해준 것이 좋더라고요.
김진희 부장님께서 ’관객들은 기획자들보다 수준 높다‘는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관객의 첫 경험의 물꼬를 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는데요. 이런 부분이 클래식 음악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기술을 통해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문화가 형성되었는데 그 이후로 어떤 것들이 변화했는지 궁금합니다.
[KoCACA 해비치 페스티벌 중 케빈앤커퍼니 스피치 모습] ⓒ2024.케빈앤컴퍼니.All rights reserved.
정성진B 팀장
아무래도 저희 서비스가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이다 보니 뚜렷한 변화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1020세대의 유입이 많다는 점은 유의미한 부분인 것 같아요. 또 앞서 김진희 부장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생각보다 사람들의 수준이 높다는 것을 저 또한 느끼고 있습니다. 가령 저희 이용자 분들 중에는 음향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분들도 많이 계시거든요. 저희가 OTT 서비스 최초로 5.1채널까지 지원하게 된 배경에는 수준 높은 이용자 분들의 니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종은 교수
공연·예술계의 메인타깃은 2030세대의 여성들인 경우가 많은데요. 뮤직온에어의 경우에도 2030세대의 여성 이용자의 유입이 많은가요?
정성진B 팀장
저희가 이번에 부천아트센터에서 야외 콘서트를 진행했는데요. 어린아이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 연령대가 저희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영화관의 연령대도 재미있는데요. 2030세대의 여성보다는 50대 이상의 남성분들이 많습니다. 혹은 학부모와 자녀처럼 가족 형태의 이용자가 많이 보이고 있습니다.
정종은 교수
새로운 지점인 것 같습니다. 뮤직온에어 뿐만 아니라 클래식 음악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케빈앤컴퍼니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성진B 팀장
저희가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현대화된 오페라입니다. 잘츠부르크 연출가 분들이 현대적인 것들을 많이 선호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올해 초에 19금 오페라를 걸고 피가로를 상영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유럽에 가야지만 누릴 수 있는 작품을 OTT 서비스를 통해 국내에서도 즐길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역성을 담아내는 문화예술X기술
지금까지 문화생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문화예술과 기술의 결합이 지역문화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정종은 교수
먼저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을 운영하시면서 서귀포의 지역성을 반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정성진B 팀장
앞서 말씀드렸던 weSA와의 협업을 진행했던 이유는 이곳에서 해마다 제주를 관찰하고 제주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아티스트를 선발해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귀포시에서 기술이 결합된 예술이 의미가 있으려면 제주의 이야기가 담겨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야 지역민들이 봤을 때도 기술 자체는 낯설지언정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익숙한 것으로 느끼게 될 테니까요.
정종은 교수
올해 구석구석 문화배달 사업을 운영하시면서 서귀포의 지역성을 어떻게 담으시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덧붙여 서귀포의 지역 외에도 다양한 지역에서도 활동하신 만큼 지역문화를 표현하는데 어떤 시도와 노력들이 있으면 좋을지에 대해서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정성진A PD
올해 사업의 공간적 대상을 혁신도시에 집중하여 두긴 했습니다만, 서귀포의 이야기를 담는 것 또한 혁신도시의 지역성을 담는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서귀포의 이야기에 집중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서귀포문화도시센터에서 기 제작한 ’휴먼라이브러리 Human Library ; 삶의 이야기가 문화가 되다.‘는 영상과 함께하는 콘서트로, 올해 마지막 프로그램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역문화 표현에 있어 작년 서울 종로 탑골공원과 삼일로 일대에서 공연한 ’Urban Walks InTo‘ 제작 과정에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면 좋을 것 같아요. ’Urban Walks InTo‘는 100여 년 전의 인물들과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기술을 통해 만나는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이 공연을 진행하면서 사람과 사람,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는 매개로써 기술의 기능을 깨닫게 되었어요. 이 프로젝트를 계기로 기술을 통해 지역문화와 사람들, 또 시간 속에 잊혀진 가치와 사람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지역에서 많이 시도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정종은 교수
다음으로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장충동으로 간 까닭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김진희 부장님, 많고 많은 지역 중에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왜 장충동을 선택했을까요?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김진희 부장)
김진희 부장
1986년도부터 장충동에 파라다이스 본사 건물이 세워지면서 그 연이 시작되었던 것 같아요. 기업이 첫발을 내딛은 곳이 장충동인 거죠. 또 우연이 일치이긴 하지만 저 역시 장충동에서 대학 생활을 했기 때문에 장충동에 대한 애정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애정을 갖는 것이 지역문화를 대할 때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장충동이 가진 매력과 멋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이유였어요. 그 다음으로 시기적으로도 호텔이 생기게 되면 여러 마케팅 비용이 발생하게 될 텐데, 그 비용을 문화예술적으로 활용해 지역문화와 상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트랩 올해 주제로 ‘장충’을 제시했고 장충동의 이야기를 깊이 있게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아트랩을 통해 예술과 기술이 결합된 혁신적인 작품들이 매해 세상에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이 지역문화와 맞물리게 된다면 장기적으로도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인화되고 있는 경험의 형태와 지역의 문화 다양성을 개인적으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이러한 가치들이 선진적인 아티스트와 만나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기술적으로 활용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적이거나 개인적인 요소들처럼 작고 다양한 경험과 기술이 만나게 하는 것도 파라다이스 아트랩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종은 교수
로컬 기획자가 애정 없이 성공적인 프로젝트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가장 혁신적인 것을 고민하는 그룹과 고민하다 보니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개념의 지역문화가 아닌 로컬의 상황이나, 당면한 문제, 특성과 같이 구체적인 요소를 기술과 결합해 담아냈다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연결해서 아트랩을 진행하시면서 ‘장충’이란 지역성을 담아내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진희 부장
우선 공모 때부터 장충의 이야기를 담아내면 가산점을 부여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처음부터 장충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작품을 만드신 작가님들도 많으셨고요. 거대한 장충동의 이야기를 담는 것보다 작은 이야기, 장충동 주민만 알 수 있는 이야기로 작업하신 작가님이 있으셨는데요. 장충동 지역민 사이에서는 유명한 길고양이를 캐릭터화 해서 AR기술을 통해 선보이셨어요. 이 작품 역시 거대한 담론을 담은 것이 아니라 장충동의 길, 그곳에 사는 고양이처럼 정말 일상적이고 작은 주제에 집중했기 때문에 지역민의 공감과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더 거시적인 관점으로 장충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도 있었어요. 장충동의 역사를 무용수의 춤으로 표현하고 이를 미디어 파사드로 구현한 작품이었는데요. 이런 작품을 통해서 제가 느낀 점은 사람들이 AR, 미디어 파사드 하면 어렵고 낯설어하지만, 지역의 이야기가 선행되는 순간 관객들은 그 작품 속에 쉽게 녹아든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종은 교수
지역성이 스토리로 구현되면 사람들과의 친숙한 접점이 많이 생겨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아트랩 프로젝트는 장충동에서 계속 진행되는 건가요?
김진희 부장
네, 앞으로 장충동에서 꾸준히 이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정종은 교수
이러한 혁신적인 시도들이 계속된다면, 장충동에 중요한 변화들이 생겨날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을 기대하고 계신가요?
김진희 부장
파라다이스 그룹이 예술을 정말 사랑하는 그룹인데요, 아트랩 행사를 5회째 진행하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처음엔 아트랩 행사 관객 대부분은 임직원 분들이었어요. 처음에는 별로 감흥이 없으셨던 분들인데 행사 참여 경험이 2~3회 정도 쌓이다 보니 지금은 오히려 저희에게 품평과 함께 아이디어를 주시거든요. 아예 관심도 없던 분들이 이제는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즐겨주시는 겁니다. 저는 이 변화과정을 몸소 체험한 사람으로서 장충동에도 이러한 변화들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명확한 계기 하나만 있다면 누구나 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그 계기는 정말 좋은 작품이 제공하는 것 같아요. 그 정말 좋은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제가, 또 저희 재단이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 것 같고요. 더 나아가 아트랩 행사를 단발적으로 개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 지역에 작품을 남기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장충의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을 지역 곳곳에 상설로 전시해서 지역만의 콘텐츠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희 재단의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정종은 교수
케빈앤컴퍼니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를 통해 지역을 조명하거나 지역성을 담아낸 활동들이 있으신가요? 파라다이스 아트랩 사업이 오래된 동네를 다시 한번 새롭게 재해석해서 지역성에 대한 새로운 고민 지점을 만들어 낸 것이 인상 깊었는데, 클래식 음악과 기술의 만남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변화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정성진B 팀장
지역문화와 관련된 활동인 경우 지역에 대한 문화나 분위기를 사전에 스터디하고 각 지역별 니즈에 맞춰 콘텐츠 제공하고 있는데요. 부천 같은 경우 오래전부터 야외 콘서트가 활성화된 지역이었기 때문에 그 점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었습니다.
정종은 교수
지역성을 반영해 유의미한 결과들을 만들어가는 서비스를 제공 계획이 있으신가요?
정성진B 팀장
지역에서 오페라 작품을 요청해 주시는 경우가 많아요. 아무래도 오페라단의 경우에는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보니 저희 서비스를 많이 찾고 계신 것 같아요. 지역의 인프라와 지역성을 적극 활용하여 지역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정종은 교수
기술이 결합된 예술이 지역문화에 큰 힘을 가지기 위해선 그 지역과 연계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역문화와 기술의 결합에 있어 긍정적 효과와 유의점
모두작가 화상 담소 모습 (정종은 교수)
오늘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누리는 방법, 그리고 지역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써 테크놀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양한 사례들도 살펴보았는데요. 미적인 영역을 넘어 지역이 활성화되는 데에도 테크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지역문화 분야에서도 기술이 많이 활용될 것 같은데요. 지역문화와 기술의 결합에 있어 기대되는 점과 우려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정성진A PD
앞서 지역에서 시도하면 좋을 기술 결합 활동으로 작년 종로 삼일로 일대에서 ‘Urban Walks InTo’를 말씀드렸는데요. 기술을 통해 과거의 인물과 현재의 사람들을 만나게 한다는 점은 어떤 지역에서 진행되더라도 의미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Urban Walks InTo'는 기술을 통해 역사가 품은 메시지를 조명했지만, 과거과 현재를 넘어 환경이나 기후처럼 미래세대를 위한 주제를 기술을 통해 말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처한 위험 상황들을 기술을 통해 강렬하게 전달할 수도 있을 테고요. 이렇게 기술은 각 세대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것 같아요. 또 기술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흘려보내는 것들을 각성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 보이거나 들리지 않는 가치들도 증폭시켜서 제시하니까요. 예를 들어 기술을 활용하면 이미지를 극단적으로 확대하거나 축소해서 보여줄 수 있죠.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느끼게 해주거나 이전에는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을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도록 역할하는 것이 기술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해요.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고 우리의 감각의 지평을 확장 시켜주는 도구로써 기술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지역문화를 보다 다채롭고 새롭게 향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종은 교수
익숙하고 오래된 것들, 그래서 우리가 가치를 생각하기 어려운 것들이 주변에 많은데 기술을 통해 그런 가치들을 사람들이 낯설게, 또 새롭게 보게 한다는 것은 지역문화와 기술의 결합 부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점인 것 같습니다. 사실 지역문화를 신선하고 새로운 것으로 인식하기 보다는 오랫동안 존재했고 그래서 별로 감흥이 생기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성진 PD님이 말씀해주신 것처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고 원래 있던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장치로써 기술의 기능에 집중해 지역문화를 바라보게 되면 지역의 문화들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지닌 가치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성진A PD
우리는 기술을 대할 때 최첨단 기술에 얽매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옛 기술이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되게 새로운 기술이라고 생각해요. 최첨단 기술이 이전에 없던 것이어서 새롭다면, 과거의 것들은 잠시 잊혀졌기 때문에 새롭게 다가오거든요. 그래서 최첨단 기술에만 얽매이지 말고 다양한 기술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술을 대할 때 어렵고 대단한 것으로만 보지 말고 오히려 만만하고 편안한 도구로 바라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기술을 필요할 때 절제하면서 사용할 수 있으니까요.
김진희 부장
지금 지역에서는 기존에 있던 문화유산이나, 콘텐츠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방향으로 기술을 사용하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런 시도로 인해 지역민들의 문화향유가 더욱 편리해지고 새로워집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하고 지역문화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지역문화를 소개하고 이것을 어떻게 소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해요. 기술은 그 다음에 오는 것입니다. 굳이 거창한 기술이나 비싼 장비를 활용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하는 지역문화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치로써 기술을 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결합 방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성진B 팀장
지역문화와 기술의 결합은 문화 콘텐츠의 접근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융합을 통해 사람들이 다양한 플랫폼에서 손쉽게 콘텐츠를 소비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지역문화와 기술의 결합이 주로 미디어아트의 모습으로 진행되어왔지만,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고 봅니다. 기술을 통해 높아진 지역문화에 대한 접근성과 편리함은 지역 내 새로운 커뮤니티 형성과 사람들의 문화 활동 참여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이 지역문화를 더욱 손쉽게 즐기고 공유하게 되면, 지역문화 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자연스럽게 높아질 테니까요. 이와 반대로 우려되는 부분은 지역문화와 기술을 결합할 때 지역 고유의 문화가 상업적인 콘텐츠로 변질될 수도 있는 점입니다. 지나치게 기술에만 의존하다 보면 문화와 예술의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고요. 또한 지역 별로 기술과 문화 인프라가 구축된 환경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디지털 격차가 심화되면 기술을 결합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지역주민과의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문화 존중의 태도를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의견을 잘 반영해 이를 기술과 결합한다면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사례 추천
마지막으로 모두작가 독자 분들을 위해 지역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사례를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축제나, 공연, 전시, 공간 등 자유롭게 말씀 부탁드립니다.
[Connected City 2017-Musicity] ⓒ2024.서울특별시.All rights reserved.
정성진A PD
제1회 2017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와 협력해 영국문화원에서 진행한 한영수교 프로그램 ‘커넥티드 시티’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영국과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서울 사대문 안을 돌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작품으로 표현한 프로젝트인데요. 그 중 GPS 기술을 활용해 아티스트가 지역을 돌아다며 느낀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관객과 공유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기술을 통해 예술적으로 시공간을 넘나들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하고 이를 오마주해서 다양한 지역에서 적용해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덧붙여 기술이 너무 지나치게 결합된 사례도 함께 언급하고 싶은데요. 서울 특정 지역을 가면 대형 미디어월이 너무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정말 아름답고 매력적인 지역인데 끝도 없이 펼쳐진 미디어월에서 의미 없는 영상들이 상영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술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유하게 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것인데, 특정 지역의 미디어월들은 광고판처럼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홍제유연이 개장된 홍제천 길] ⓒ2020.서울특별시 시민기자 김진흥.All rights reserved.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한 유진상가 지하 공간] ⓒ2020.서울특별시 시민기자 김진흥.All rights reserved.
김진희 부장
저는 ‘홍제유연’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50년간 통제되었던 상가에 홀로그램 같은 빛을 활용한 기술을 결합한 프로젝트인데요. 제가 이 프로젝트를 체험하면서 느낀 건 일단 기획자가 홍제동이라는 지역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홍제동의 상가가 가진 의미와 지역의 자연을 빛이라는 기술을 통해 보여주는데 스토리텔링을 너무 잘 하시더라고요. ‘홍제유연’의 백미는 기술을 활용한 섹션을 지나 관객이 맞이하는 홍제천의 자연입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어려운 기술을 활용한 사례지만 다정한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인상 깊었어요. 이 사례를 통해 어려운 기술을 활용해도 대중과 충분히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뮤직온에어 제공 콘텐츠 사운드 오브 광주] ⓒ2024.케빈앤컴퍼니.All rights reserved.
정성진B 팀장
저는 클래식 음악 OTT 서비스와 공연이 결합된 '사운드 오브 광주'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광주에서 활동하시는 아티스트 분들과 지역의 아름다운 사계절을 배경으로 클래식 음악과 국악을 선보인 시리즈 작품입니다. 광주의 다양한 공간에서 바람 소리,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와 아티스트들의 감미로운 음악을 더해 광주의 새로운 소리를 만들어낸 작품이니 기회가 되신다면 꼭 즐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클로징
모두작가 이번 시간에는 공연, 클래식 음악,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시도를 이어나가는 분들과 함께 지역문화와 기술의 융합이 나아가야 할 길에 관해 이야기 나누었는데요. 모두작가 독자 여러분이 꿈꾸는 내일의 문화생활과 지역문화는 어떤 모습인가요? 문화와 예술이 만나 앞으로 우리의 문화생활과 지역문화를 어떤 모습으로 바꾸어 갈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그럼 모두작가 다음 시간에도 더욱 알차고 유익한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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