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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50호] 2024년 11월

지역문화진흥원 웹진 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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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2024년 11월호
우리가 같이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로컬의 미래 혹은 지역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하지만 로컬의 미래는 저절로 바뀌는 것이 아닙니다. 다중재난과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는 지역에서 ‘스스로 다스린다’는 자치(自治)의 의미를 생각하고 지혜롭게 풀어야 할 때입니다.
강원 고성, 경북 구미, 전남 담양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함께한 좌담에서
로컬이 현재 처한 고민과 즐거운 분투의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접속사를 확인한 점이 퍽 인상적입니다.
지역소멸, 인구소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이야기의 소멸이고, 서사의 소멸이기 때문입니다.
서사의 위기 시대 경기 파주 교하에서 저마다 ‘내켜서’ 활동하는 마을발전소, ‘애매모호함’을
잘 활용해 국내외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는 충북 충주중원문화재단, 수어(手語) 교육과 퍼포먼스를 통해
인기척 있는 동네를 가꾸는 부산 조용한수다의 활동은 로컬에서 조용한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협력은 왜 어려운 걸까요?
너와 나를 ‘해방’하는 협력은 조금 어리숙한 협력이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철학자 이반 일리치는 그런 사람을 ‘거룩한 바보’라고 불렀습니다.
각자도생이 권장되는 시절 로컬의 미래는 ‘거룩한 바보’들이 바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몸담고 사는 지역에서 얼굴을 아는 이웃을 더 많이 만들고, 지역의 토양을 바꾸기 위해
시민-문화예술인-지자체-중간지원조직 모두 서로 손잡고 즐겁게 분투했으면 합니다.
어느 시인은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고정희 시 「상한 영혼을 위하여」)라고 말합니다.
어쩌면 서사의 위기 시대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위로와 용기의 말이 아닐까 합니다.
어디에나 ‘마주 잡을 손’은 있는 법이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우리는 덜 외로울 것입니다. 우리가 같이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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