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C는 공간과 시각을 중심으로 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단체다. 유휴공간을 활용한 공공예술전시를 주로 기획하며 지역민들과 더불어 예술을 향유할 기회를 만들어 왔다. 프로젝트C를 운영하는 김은현 대표는 2020 지역문화 활동가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는 '지역문화 활동가'이기도 하다.
김은현 활동가는 지난 9월 21일부터 은평구 불광천의 ‘어르신 쉼터’에서 미디어아트 전시 ‘지난해 그 곳에서: 풍경이 있는 창 展’을 열었다. 어르신 쉼터 창문을 통해 불쑥 자태를 드러낸 뉴미디어아트 작품은 우리에게 어떤 정서를 선사할까? 전시의 마지막 날, 어르신 쉼터를 찾아 김은현 활동가를 만나 보았다.
1. 질병관리본부 폐수처리장에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셨습니다. 이번에는 불광천 ‘어르신 쉼터’에서 미디어아트 전시를 열었는데요. 두 전시 모두 이색적인 공간을 활용했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특별한 의미가 있으십니까?
: 주로 장소 특정적인 작품을 해오고 있습니다. 쓰임이 중단된 유휴공간을 활용하죠. 비록 지금은 사용이 중지된 공간이지만, 그곳에는 지역과 연계된 스토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요. 저희는 장소의 스토리를 해석하고 거기서 받은 영감을 활용해 작품을 창작합니다.
2. 프로젝트C는 어떤 단체입니까?
: 설치 미술, 미디어 아트 등 시각 예술 기반의 전시와 예술 교육, 공동체 미술을 주로 하는 단체입니다. 제가 은평구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이 지역과 연계한 활동들이 주가 되는데요. 작년까지 3년 정도는 여러 작가들, 은평구 어르신들과 함께 공동 작업을 해 그 결과물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예술적인 작업을 한다는 데도 의미가 있지만, 그 안에서 여러 사회적인 관계망을 이루어 예술적인 치유를 경험하게 한다는 것도 프로젝트C가 추구하는 가치 중 하나입니다.
3. 원래 영화 예술을 공부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전시에도 영상적인 요소가 많이 활용되었는데요. 어떤 의미를 담은 영상인지 소개해 주세요.
: 전시는 세 명의 작가가 ‘지난해 어떤 곳에서’ 경험한 세 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신성환 작가의 ‘꽃들에게 희망을’, 정은진 작가의 ‘Aurora's forest', 진케이리의 ’향나무‘죠. 이 세 개의 에피소드가 연달아가며 상영됩니다. 특히 정은진 작가의 ‘Aurora's forest'는 작가가 직접 여행가서 본 오로라의 감흥과 직접 찍은 사진을 영상화 했습니다. 불광천에 서서 이 작품을 바라보고 있으면, 불광천 하늘 위로 오로라가 펼쳐진 듯한 느낌을 주죠.
진케이리의 ’향나무‘는 영상이 아주 느리게 변화하며 향나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후 끝마치는데요. 오랫동안 변화해 온 도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향나무, 그리고 그것과 교감했던 작가의 감정을 작품에 담았다고 합니다.
4.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혹은 전시 기간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 시민들이 지나가면서 감상할 수 있는 비대면 전시를 하는 게 어떨까 생각하며 처음 계획했던 장소는 지하철의 유휴공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어요. 장소를 고민하며 걷다가 우연히 이 장소를 발견하게 됐죠. 제가 불광천 주민이기도 해서 이 앞을 매일 지나다니거든요.
이곳은 은평구 어르신들을 위한 바둑방입니다. 공간 조성을 하자마자 코로나 19로 인해 운영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감사하게도 은평구청에서 흔쾌히 허가를 해주어 이 곳의 창문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유휴공간이라고 해도 관계 기관의 협조를 얻기가 쉽지만은 않습니다. 좋은 취지의 기획을 하더라도 기존의 관성과 규정, 틀을 깨기가 어렵죠. 지역문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더 많이 형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에 위치한 ‘어르신쉼터’는 어르신들이 바둑이나 장기를 둘 수 있도록 조성한 공간이다. 2020년 8월 개장 예정이었으나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으로 개장이 연기되어 잠정적으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5. 현재 지역문화활동가이시기도 한데요. 지역문화활동가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 공공미술을 통해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익명의 시민들에게 예술을 향유할 기회와 팍팍한 삶에 잠시라도 기쁨을 드리는 것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코로나 19 때문에 일상에서 느끼던 사람 간의 유대라던가, 여행의 기쁨 등이 잊히기 쉬운데요. 어르신들 간 유대가 멈춘 이 공간을 활용해 은평구 시민들에게 잠시나마 일상을 벗어나는 정서를 경험하게 해준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풍경이 있는 창’을 통해서 여행이 주었던 기쁨을 떠올려 보는 거죠.
“나에게, 풍경은 상처를 경유해서만 해석되고 인지된다... 풍경은 밖에 있고 상처는 내 속에서 살아간다. 상처를 통해서 풍경으로 건너갈 때, 이 세계는 내 상처 속에서 재편성되면서 새롭게 태어나는데...” - 김훈, ‘풍경과 상처’ 중
6. 지역 문화의 발전 방향에 대한 바람 혹은 지역문화활동가로서 가지고 계신 고민이 있으시다면?
: 서울은 그래도 문화적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는 편입니다. 은평구 주민들도 원하기만 한다면 언제든 동아리 형식의 소소한 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죠. 저는 그런 주민들의 활동과 전문 작가들의 문화 활동이 조금 더 조화와 상호작용을 이루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 소통이 더욱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의 계기를 만들어 나갈 테니까요.
7. 오늘이 전시의 마지막 날인데요. 프로젝트 C의 다음 계획은 무엇입니까?
: 성북노인종합복지관의 어르신들과 함께 공동체 미술을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19로 어렵게 됐습니다. 연령대가 높다보니 온라인 수업도 불가능했죠. 그래서 6개의 키트를 만들어 어르신들에게 전달하고 어르신들이 완성한 키트 일부를 회수해 그것으로 전시를 진행할 계획을 갖고 있고요. 저 개인적으로는 세종시 빈 상가 공간을 이용한 미디어 아트 전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본 바라 본 불광천 산책로에는 미디어 아트 전시가 또 하나의 풍경처럼 어우러져 있었다. 2020년 오늘, 우리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는 서로 대면하기조차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속에서도 지역문화와 예술이 사람들의 시민들의 마음에 위로를 줄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