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생활문화센터 리플렛

기타

[기획연재26] 여가친화기업과 지역문화정책

발행처 관리자
발행일 2019.05


서우석 교수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지역문화진흥원이 주관하게 된 여가친화기업 인증 사업


그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였던 여가친화기업 인증 사업을 지역문화진흥원이 맡게 되었다. 여가친화기업 사업을 간단히 설명하면, 근로자의 “워라벨”을 지원하는 기업을 선정하여 인증하는 제도이다. 선정되면 유효기간이 3년이고 2년씩 연장될 수 있다. 2012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이래, 2015년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 제정으로 법적 기반을 갖추었다. 선정되는 기업의 수가 매년 조금씩 늘었는데, 2018년에는 39개 기업이 신규 인증을 받아서, 현재 총 110개사가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되어 있는 상황이다.

 


2018 여가친화기업 인증식 현장

 

기업은 한편으로는 임금 등의 형태로 직원에게 경제적 자원을 제공함으로써 여가생활을 가능케 해주는 원천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근로시간과 집단 활동을 통해 여가생활을 제약하는 성격을 가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장시간 노동과 집합주의적 문화가 근로자의 여가시간 확보와 자유로운 여가활동을 제약하는 경향이 강했다.

 

 


(사례)18년도 여가친화기업 인증 기업 이지웰페어사내 직원 복지시설


여가친화기업 인증의 주요 이슈는 기업의 근로시간이나 근로부담이 직원의 여가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보장하는가의 문제이다. 기업의 인증 신청 후 현장조사를 거쳐 인증위원회에서 심의 의결하는데, 이 과정에서 시간의 자율성과 운영의 제도화를 중요하게 조사한다.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 평균 연차 휴가 소진율, 대체 휴일제 실시 여부 등을 통해 시간의 자율성에 대해서 파악하고, 근로계약 명문화, 여가 담당자 여부, 반반차 운영 규정, 휴가촉진제도, 휴가보상제 운영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지를 파악한다. 또한 근무지 환경 내에서 근무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되거나, 여가활동을 위한 공간이 제공되는 현황을 조사한다. 끝으로 직원의 여가활동을 위해 직접적으로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서 선택적 복지카드나 자율적 여가 프로그램 지원, 직접제공 여가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까지 검토한다.

 


(사례) 2018년도 인증기업 롯데첨단소재 가족형성기 가족초청행사 현장


여가친화기업 인증의 의의는 어느 정도의 여가생활이 보장되는 기업환경을 확산시킴으로써 우리나라 근로자 누구나 최소한의 여가활동과 삶의 질을 누리도록 한다는 점에 있다. 여가친화기업 사업에는 대기업부터 공기업을 포함하여 중소기업까지 다양한 규모와 성격의 기업들이 참여하는데, 기업의 규모에 따라서 상당한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대기업의 경우 여가관련 환경이 잘 정비되어 있고 풍부한 지원이 있지만, 중소기업은 제도화의 수준도 낮고 지원 규모도 빈약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기업들 중에도 우수한 인력을 기업에 영입하여 좋은 성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여가친화환경 조성을 위해 많은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경우들이 적지 않다. 이러한 기업들이 여가친화기업 인증을 통해 그동안 기울인 노력을 사회적으로 공인받길 원한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에서는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는 젊은 인력들에게 직원의 여가생활을 보장하고 배려하는 진취적인 기업들을 발굴해 소개함으로써 미스매치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는 의의를 본 사업이 가진다.


이러한 의의를 확대하기 위해서 네이버의 JOB&과도 협력하고 있고, 인증 기업 중 우수 사례에 대해서는 장관 표창도 하고 있다. 여가친화기업 인증의 실제 혜택 없이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어렵다는 비판적 목소리도 지속되고 있으나, 앞서 제시한 사회적 의의를 바탕으로 사업이 그동안 지속되어 왔다. 이제 지역문화진흥원이 여가친화기업 인증 사업을 주관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의의들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다.


넓은 의미의 문화정책으로서 여가정책


우선, 지역문화정책의 관점에서 여가친화기업 사업을 주관함으로써 넓은 의미의 문화정책으로서 여가정책을 다룰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여가정책이 도입되면서 문화정책과의 관계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으나,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시각이 모두 가능하며 나름의 정당성을 가진다. 한편으로, 수요자 중심의 삶의 질에 대한 종합적인 정책으로서 여가정책을 이해할 때, 여가정책에는 관광, 스포츠 정책과 함께 문화예술정책이 포함된다. 다른 한편으로, 여가정책을 넓은 의미에서 문화정책의 일부분으로 바라볼 수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모든 삶의 사회적 양식과 표현을 광의의 문화로 이해할 때, 여가생활은 문화의 한 부분이 되고 여가정책은 문화정책의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될 내용이다.

 

 


세계적으로 문화정책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을 볼 때 문화정책의 흐름은 좁은 의미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규정되는 예술정책으로부터 넓은 의미의 문화를 다루는 정책으로 확대되어 왔다. 국민의 일상에서 문화의 영향을 확대시키고 문화정책의 접점을 넓혀야 하는 사회적 필요에 대응하는 과정 속에서 넓은 의미의 문화정책으로 변화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 과정이 개념적 불명확성으로 인해서 많은 문제점과 갈등을 배태하기도 하지만, 여러 나라들에서 이와 같은 정책 동향을 볼 수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이 흐름을 볼 수 있는 한 사례가 생활문화정책이다. 생활문화정책은 전문 예술인이 예술을 공급하고 일반 시민이 소비자로서 향유하는 패러다임을 극복한다는 점에서 우선 의의를 찾을 수 있지만, 좁은 의미의 문화예술을 넘어서 넓은 의미의 생활문화로 나아가는 동향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예컨대, 지역에서는 문화재단이 여름에 청소년들에게 학교 수영장을 만들어 피서의 체험을 제공하기도 하고, 생활예술센터의 활동이 목공과 요리와 도시농업을 포함한다.


중요한 점은 이와 같은 광의의 문화정책은 지역의 단위에서 지역주민을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생각할 때 더 촉진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여가정책과 생활문화정책이 모두 자연스럽게 지역이라는 관점을 중요하게 생각할 때 결합된다. 여가친화기업 인증에서도 여가가 큰 틀 속에는 문화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이 나타난다. 예컨대 휴가의 사용은 제도적 규정 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동료 사이의 상호이해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하다. 부재기간 동안의 업무공백 처리 문제나 휴가기간 중 업무 사유로 연락하는 여부에 따라 휴가의 실제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이러한 점에서 여가친화기업 인증 사업은 기업문화에 관한 사업이고, 직장 내 조직문화의 문제이며, 큰 틀에서 문화정책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기업과 지역사회


다음으로, 지역문화정책에서 지역 내 기업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제이다. 여가친화기업 사업은 기업의 문제를 제기한다. 그동안 기업이라는 단위는 문화정책 틀 안에서 기부나 후원 혹은 예술인의 파견 대상 단위 정도로 다루어져 왔다. 여가친화기업에서도 사실 그동안 지역의 문제는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지역문화정책의 차원에서 기업과 지역의 관계에 대해서 보다 심도깊은 관심과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기업의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의 차원이다.

 


(사례) 18년도 여가친화 인증기업 스튜디오씨드 코리아사내 동호회 활동


여가친화기업의 평가 항목에서도 지방에 위치한 공기업이 수행하는 사회적 공헌이 평가되었고 더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공기업이 운영하는 시설을 지역 주민들을 위해서 개방하거나 직원들이 여가활동으로서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역에서 수행하는 경우다. 다른 한편으로는 기업도 지역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직원들이 다 함께 모여서 창립기념회를 하거나 송년회를 할 만한 장소를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근처 학교의 강당을 대여하는 정도나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풍부한 어메니티를 공급하여 직원들의 여가 생활을 지원해 주면 좋겠으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업이 원하는 친교 공간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정도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여가친화기업 사업을 통해서 기업과 지역의 상생관계를 발전시킴으로써 지역문화정책을 풍성하게 성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필자소개

서우석 교수는 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에 재직하고, 한국문화경제학회의 부회장과 한국에술경영학회 이사를 겸한다. 또한 서울시 문화시민도시정책위원회 위원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 시 정보 통신망 법에 의해 형사 처벌 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