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생활문화센터 리플렛

기타

[기획연재24] 유휴공간의 문화재생과 문화적 도시재생

발행처 관리자
발행일 2019.02


최정한 대표
(사)공간문화센터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문화


전면 철거, 재개발 대신에 지역의 삶과 장소성에 기반한 재생이 도시정책의 핵심 키워드로 등장했다. 국토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약 100곳 내외의 지역을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대상으로 선정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올해부터는 돌봄, 교육, 건강, 문화 등과 관련된 생활 필수시설과 같은 생활 서비스를 시설에 따라 도보 10분, 차량 30분의 접근수준으로 확충하는 생활SOC 공급계획이 뉴딜사업의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이미 문체부, 복지부 등의 관련 사업들을 도시재생사업 내 생활SOC에 융복합화하는 실행계획 수립에 들어간 상태다. 어디 그뿐인가. 문체부가 2013년 이후 진행해온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이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 지난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문화도시 지정 예비사업 선정도 도시재생 뉴딜사업과의 연계를 요구받고 있다.


행정 칸막이를 넘어서 사업들 간에 서로 연계하여 협업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제기된 지 오래. 문제는 이미 수립된 공간계획에 끼워 맞추는 식이어서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관련 사업들을 오히려 왜곡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문화의 도구화는 문화생태계 형성을 가로막고 정책사업에 동원, 소비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90년대 이후 서유럽 국가들은 ‘문화가 도시계획을 주도하는 문화계획’으로 정책방향을 수정하고 있다. 나아가 문화를 도시의 창조성을 북돋우는 성장엔진으로 삼고 있다. 이를 통해 문화와 기술혁신을 융합하여 창조산업, 창조도시로의 진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2013년부터 진행해온 문체부의 관련 사업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은 공간적 가치의 발굴, 공간과 운영 분야의 협력 컨설팅 구조, 총괄기획가의 역할, 공간 조성 전단계의 아카이브 작업과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한 주체 형성이 주요한 이슈였다.


반면 5년간 사업 기간의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은 장소 기반의 지역문화 활성화를 꾀한다. 지역문화가 곧 문화 다양성의 원천이라고 본다면 지역문화생태계 형성을 위한 도시 전체를 견인하는 앵커사업이라고도 볼 수 있다.


작년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행된 문화적 도시재생은 문화가 도구가 아니라 도시재생의 본질로 자리매김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곳의 삶과 힘을 토대로 문화공동체 관계를 형성, 발전시키고자 함이다.


점(공간)에서 면(지역,도시)으로 사업 대상을 확대하면서 그것을 뒷받침하는 사업구조 및 프로세스와 주체 형성, 거버넌스 구조의 이슈들이 정리되어 왔다. 전국 단위의 워크숍, 성과공유회를 통해 지역 간 교류?협력 네트워크도 활발해지고 있다.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의 의미


고성장과 인구증가를 전제로 한 도시화와 도시재개발의 성공신화는 끝이 났다. 저성장 저출산 그리고 고령화에 따른 축소도시,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지역은 도시의 재구조화와 산업 재편을 요구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폐산업시설과 유휴공간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문체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폐산업시설의 문화재생을 위해 ‘예술로공간재창조사업’이라는 타이틀의 R&D 단계를 통해 사전 수요조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 조사연구에 참여한 공간 및 운영분야 전문가들이 사업개념과 프로세스, 추진체계를 설계하게 된다.


이 사업은 크게 세 개의 축을 가진다.(‘다시 함께 문화를 짓다’, 2015, KCDF 참조)

1. 건축적 원형 보존을 넘어 ‘장소 가치의 보전이 가능한 창조적 활용에 사업을 초점을 두고 있다.
2. 재창조를 위해 장소 기반의 파일럿 프로젝트를 도입함으로써 문화기획(운영)과 건축재생이 동시 진행, 협업하는 사업구조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아카이브 작업이 병행된다.
3. 공간의 문화재생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총괄기획자를 사업의 핵심 구조에 배치하고 프로젝트를 전담하는 구조를 만든다.


세 개의 축에 근거하여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을 단순한 건축 리모델링이나 공간조성사업이 아니라 장소재생, 장소재창조로 설계한 것이다. 연구결과에 따라 2013년 하반기 정책사업으로 입안되어 2014년 1월 이후 계속 사업공모가 이루어졌다.


2014년 12개소가 선정되어 공간, 운영부문 컨설턴트 각 1인씩 2인 1조로 분담하여 전담 컨설팅을 하는 구조로 운영되었다. 2015년 이후에는 지특사업으로 전환되면서 컨설팅의 의미가 자문형식으로 바뀌게 되어 사업 초기의 취지나 프로세스가 약화되었다.


컨설팅단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2014년에는 광명 업사이클링아트센터, 부천 삼정쓰레기소각장(B29), 청주 동부창고34, 시흥 시화국가산단의 예술창작소 창공 등이 주요 사례로 꼽힌다. 2015년에 두드러진 사례로는 완주 잠종장의 복합문화공간 누에(nu-e), 2016년에는 수원 (구)서울대 농생대 캠퍼스의 청년문화공간화, 전주 팔복예술공장, 부산 고려제장 수영공장의 문화재생 F1963을 들 수 있다. 그중 필자가 전담 컨설팅한 곳은 광명 업사이클링아트센터, 청주 동부창고34, 경기대 농생대 캠퍼스의 청년문화창작소 등이다.


광명 업사이클링센터는 가학산의 쓰레기 소각장 부대편의시설을 리노베이션한 공간이다. 원래 광명동굴 방문객의 식음료, 휴식 등 관광 편의를 위한 시설로 계획된 곳이었다. 그러나 현장 방문 컨설팅에 의해 쓰레기 소각장 부지라는 장소성, 인접한 거리에 들어설 이케아 광명점, KTX역, 기아자동차 공장 등과의 연계를 통해 새로운 업싸이클 문화생산 및 체험교육의 플랫폼으로 계획을 수정하게 되었다.


어린이가 참여하는 체험교육, 업사이클링아트 작품 전시, 레지던시 사업 등이 큰 호응을 받게 된다. 때마침 개관한 광명동굴이 관광명소가 되면서 가학산 산속에 외따로 떨어진 광명 업사이클링아트센터 또한 시너지를 받았다. 이에 힘입어 업싸이클 소재들을 수집, 분류, 공급하는 물류창고까지 마련하게 된 것이다.


(광명 업싸이클링아트센터 전경)


청주 동부창고 34는 첨단문화산업단지에서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위한 문화시설로 기획되었던 곳이다. 공간조성계획 또한 그들을 위한 공연시설 및 연습공간, 커뮤니티룸 등으로 설계되었다.


컨설팅단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참여, 다양한 주체들이 개방적으로 활동하고 소통, 교류할 수 있는 가변형 공간구조, 조성 이전 단계에서의 아카이브 작업과 파일럿 프로그램 등을 제안하였다. 이후 창고 대 개방전 등 다양한 사전 파일럿 프로그램을 통해 장소적 가치를 발굴하고 재창조하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진행된 곳이다.


도시재생 선도사업에 포함된 동부창고 7개동 부지는 문화공간화가 진행된 2개동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철거하여 주차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었다. 동부창고 34의 문화재생사업은 주차장 계획을 백지화시키고 7개동 전체를 문화재생한다는 결론을 끌어내는 계기가 되었다.


다만 공간 측면에서는 지역의 설계사무소에 실시설계를 발주한 상태에서 사후적으로 컨설팅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동부창고의 천정 트러스트와 벽체들이 가진 건축적 미학과 장소적 가치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보였다.


(청주 동부창고34)


문화특화지역조성과 문화적 도시재생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은 공간의 장소성을 살려내는 단년도 문화재생사업이다. 그것도 공간을 문화예술로 재생한다는 목적이 분명하다. 반면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은 ”지역문화 활성화와 문화 향유권 확대를 위해 문화자원을 활용한 특화된 문화환경 조성을 통해 종합적 문화도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운다.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은 면적 범위에 따라 문화도시와 문화마을사업으로 구분하고 사업기한도 5년과 3년, 예산도 연간 7.5억과 2억 원으로 나누어 지원한다. 사업은 크게 사람, 프로그램, 공간으로 나뉜다.


사람은 문화거버넌스 구축을 기반으로 지역문화 전문조직체계 마련, 문화가치 중심의 인력 양성이 주 내용이다. 프로그램은 지역의 문화자원과 문화가치를 활용한 콘텐츠 구축 및 프로그램 기획, 공동체 지원으로 문화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공간은 유휴공간을 활용한 리모델링 방식의 가치재창조사업을 중심에 두고 있다.


이 사업은 2014년 남원시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2015년 대구 본청, 천안, 군산, 여수, 구미, 서귀포 등 6곳으로 확대되었다. 2016년에는 인천 부평구, 제주시, 가평군, 원주시, 청주시, 서산시, 나주시, 담양군, 포항시, 부천시가 선정되었고, 2017년 울산 중구, 익산시, 광양시로 이어졌다.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은 기본적으로 장소기반형으로 사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지역은 문화생산기능을 상실하고 미디어와 대자본에 의해 공급되는 획일적 문화콘덴츠를 소비하는 시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업의 목적은 지속 가능한 지역문화의 선순환 구조, 즉 지역문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있다.


남원의 경우 원도심의 예가람 길을 중심으로 문화인력 양성, 판페스티벌, 문화경관사업들을 진행해왔다. 5년 차 사업이 끝나는 지난해 문화도시 지정 예비단계에 선정되면서 남원의 고유한 소리문화자원을 활용하여 시민문화력, 콘텐츠 및 축제, 문화경관, 공간 조성을 통해 소리문화 중심의 문화도시로 진화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남원에 있는 국립민속국악원 및 시립국악원 소속의 젊은 국악인들과 함께 ’산조놀다‘라는 공연파티형 워크숍을 개최했다. 이를 통해 소리문화자원이 가진 잠재력을 기반으로 소리문화생태계를 형성하려는 것이다.


(남원 ‘산조놀다’)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은 정책적으로는 아직 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문화도시 지정사업과의 관계설정도 불분명해 보인다. 바람직한 방향은 장소 기반의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문화도시 지정이 연결되어 지역문화의 다양성이 만들어질 수 있는 지역문화생태계가 구축되는 것이다.


문화적 도시재생은 앞서 거론한 사업과의 유사성이 있어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사업의 배경에는 도시재생에서 발생되는 문화의 도구화를 극복하기 위해 문화적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이에 따라 장소적 가치를 가진 소단위 지역을 중심으로 문화계획을 통한 도시재생방법론을 정립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부산 영도 깡깡이예술마을, 포항 원도심의 꿈틀로, 천안 원도심의 중앙시장 앞 사직동 일대, 군산 신흥동 말랭이 마을을 선정하여 1년간 사업을 진행해나갔다. 8명의 전문 컨설팅단을 구성하여 지역별 전담체계를 운영하는 동시에, 전체 워크숍 및 콜로키움과 함께 권역별 성과공유회를 열었다. 이 사업은 올해 규모가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원도심의 꿈틀로에 있는 꿈틀문화경작소 ‘청포도다방’ 조성을 통해 지역의 문화담론 생성 및 문화거점을 확보했다. 또한 꿈틀로 문화공판장 조성으로 문화품앗이를 통해 입주작가들의 다양한 주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지역 예술 단체 및 문화사업의 거점을 확보했다.


문화품앗이 사업은 꿈틀로 작가와 주민(상인)이 서로 지닌 재능과 역할을 나누며 삶터로서 꿈틀로 공동체 가꾸기를 통한 작가와 주민의 상생 프로젝트이다. 주민 수요 조사를 통해 주민-작가 간 1:1결연, 상가 아트 배너, 캘리그래피 메뉴판 제작, 도예 공방을 통해 카페 용품 제작 등이 진행된다.


‘철수와 목수’프로그램은 꿈틀로 작가와 지역사회가 협업을 통해 꿈틀로 내 상인들의 노후화된 간판을 개선하여 상가들의 삶터를 예술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것이다. 상가지역의 삶에 활력을 제공하고 자립의지를 고취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현대제철 봉사단과 지역주민, 지역예술가들이 협업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 외 특기할만한 프로그램은 청포도 다방에서 열린 후쿠시마와의 ‘재난 및 쇠퇴도시 한일교류포럼이다.


(포항 꿈틀로 문화적 도시재생사업)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이 일견 기존 사업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나 본질적 차이가 있다. 문화가 도구가 아니라는 점, 사람 그리고 삶의 장소를 기반으로 상향식 프로세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비록 중앙정부 및 지자체의 탑다운 방식 정책사업이지만 사업의 주체를 장소를 기반으로 설정하고 있고 사업을 풀어가는 과정 자체도 상향식을 지향한다. 여기에 더하여 지역과 지역의 성과를 공유하고 네트워킹함으로써 상호학습과 지역활동가들의 자기주도성을 키워간다는 점은 타 사업에서도 참고할만한 대목이다.


이러한 사업들에 더해 문체부는 지역문화진흥원을 통해 유휴공간 문화재생을 위한 수요조사 및 R&D연구를 지원할 예정이다. 때로는 채 정리되지 못한 측면도 있고 지역 현실과 괴리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시민 생활과 도시공간의 미스매치가 더욱 심화, 확대되는 양상이기 때문에 유휴공간의 문화재생과 관련한 개념 및 사업구조, 추진체계가 정립되어야 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휴공간이 공유지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소유의 유휴공간을 포함하여 다양한 형태의 문화재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이미 고려제강 수영공장의 F1963은 민간이 소유한 공간을 활용한 사례이다. 서울 영등포의 대선제분도 서울시와 합작하여 민간주도의 문화재생을 선언한 바 있다. 유휴공간 문화재생에서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문화재생을 위한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필자소개

90년대 인사동 마을만들기 운동과 북촌마을가꾸기 기본계획 수립을 계기로 지역의 장소성을 지키고 재생하는 현장활동에 올인해왔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는 홍대 앞에서 클럽문화 활성화와 클럽데이, 놀이터프로젝트 등을 이끌었다. 현재는 전국을 다니며 지역의 문화재생 컨설턴트로 활동하면서 인천 부평문화재단과 진행하는 문체부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음악도시조성사업의 비상임 총괄기획가로 일하고 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 시 정보 통신망 법에 의해 형사 처벌 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