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생활문화센터 리플렛

기타

[기획연재23] 지역문화의 터전이 풍부해지길 바라며

발행처 관리자
발행일 2019.01


유상진
지역문화진흥원 문화사업부 부장

 

지역문화는 여러 다양한 문화 실천의 현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현장이 ‘중심’이고 ‘중앙’이다. 지역문화 관련 논의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표현이 ‘중앙과 지역’의 구분이다. 이 표현에서 중앙은 ‘정부’ 또는 ‘수도권’을 지칭하고 ‘지역’은 ‘지역정부’ 또는 ‘비수도권’을 일컫는다. 아마도 후자의 표현이 맞을 듯 하다. 각 지역의 특성과 고유 환경에 맞는 문화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에는 각 지역이 중심이 되고 중앙이 될 것이다. 이는 지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각각의 현장은 서로 다른 목적과 지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르다’.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 현장이 ‘중심’이고 ‘중앙’이다. ‘지역적 실천이 세계를 바꾸어 간다’라는 ‘글로컬’(Glocal)의 생각과 실천은 각 지역 현장이 중심임을 말하고 있다. 최근 문화분권과 문화자치 관련 논의도 궁극에는 지역과 현장이 문화실천과 발전의 중심 토대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문화진흥원은 각 지역 문화현장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워라벨(Work and life valence)과 소확행 열풍, 지역 재생사업의 확대 등 급격히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2018년에는 일상 속 문화활동의 중심 공간으로 조성된 생활문화센터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22개 센터, 57개 프로그램), 지역 생활문화동호회들의 교류/협력 지원(86개 단체, 118개 프로그램), 문화인력의 지역문화기관 배치 지원(40개 시설, 40명)과 주민문화활동가 육성(20개 마을, 104명), 주민공동체들의 공동체문화활동 지원(49개) 등을 이루었다. 아울러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27개 단체, 152회 프로그램) ‘청춘마이크’(304개소, 968팀 공연) ‘동동동 문화놀이터’(37개 단체, 185개소), ‘직장문화배달’(41개 단체, 103개 기업) 등 ‘문화가 있는 날’의 여러 다양한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문화향수권이 증진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러나 지역 현장의 수요와 요구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




각종 기관이 전망하는 2019년 문화트렌드는 ‘개인의 행복 찾기, SELPPY(Self+Happy)’를 말한다. 아마도 야박한 이기주의보다는 건강한 개인주의의 확산을 말하고 있는 듯 하다.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현상에서 보듯이 우리 국민들은 고도로 조직화되고 위계적인 사회적 질서와 관계로부터 보다 자유로운 ‘개인의 탄생’을 바라는 듯 하다. 그러나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개인을 강조하는 트렌드와 개인 행복의 강조가 개인의 고립과 소외를 말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문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도, 그리고 책에서 언급한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에서도 사람은 사회적 관계의 풍요로움에서 행복을 느낀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적당한 거리를 둔 합리적 개인들의 상호 협력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두 저자는 개인주의와 공동체적 삶은 오랜 진화를 통해 호모사피엔스라는 종의 유전자에 새겨진 고유 특성이고 그 특성이 형성한 문화라고 말한다.



지역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사업들은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를 지향한다. 일상에서 개인의 취향을 창의적으로 표현하여 문화적 욕구를 해소하고, 타인과 함께 하는 공동체 문화를 형성,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현 정부가 지향하는 ‘사람이 중심인 문화’의 ‘개인의 창의성과 사회적 창의성의 조화’다.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문화가 있는 날 사업> 등 2019년 지역문화진흥원 사업들의 주요 목표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2019년에 지역문화진흥원이 지원하는 사업들은 2018년과 거의 동일하다. 신규로 추가된 사업은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동네서점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주민공동체들의 서점 이용률을 높이고 서점에서의 문화활동을 활성화하여 동네서점이 부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역활력 제고’와 ‘지역문화 역량강화’도 2019년 지역문화진흥원이 추진하는 사업들의 주요 목표이다. 오랫동안 지역발전의 토대가 되었던 기존 산업의 쇠퇴, 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고령화, 청년인구 감소 문제 등은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심각한 위협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문화는 지역발전에 기여할 역할과 방안들을 찾아나가야 한다. 지역문화진흥원의 사업들이 지역민의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미약하지만 조금이나마 그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하기 위함이다. 2019년 <문화가 있는 날 사업>의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은 지역민과 예술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지역문화 참여를 보다 강화하며, <지역문화인력배치 지원사업>은 지역의 젊은 청년 문화인력이 향후 지역문화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문화이모작사업>도 귀농/귀촌인들의 지역사회 정착과 선주민과의 화합을 포함하여 지역주민이 마을과 지역에서 문화인력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 208 전국생활문화축제 생활문화동호회 교류 현장


앞서 언급한 2019년 트렌드와 최근 추세, 그리고 이를 반영하려는 지역문화진흥원 사업들은 결국 지역과 지역민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려는 목표를 갖는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하고 민간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지역문화의 자생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공성과 함께 시장성을 높이려는 노력들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생력 있는 보다 많은 민간의 성장’ 1)이 있어야 하며 그러한 민간이 지역과 지역문화 발전에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풀어야 할 어려운 과제들이 많다. 효과적인 민관 협치를 위해서는 민간이 공공성에 대한 의식과 실천을 강화해야 하는 동시에 권한과 자원 배분도 더욱 확대될 필요가 있다. 기반이 되는 기초자원이 빈약할 경우 민간이 자생적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특히 미래 지역문화를 담당해야 하는 청년들에게는 직접적인 문화분야 일자리를 제공하기보다는 그들의 다양한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적절한 자원 배분과 기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영국의 ‘로컬 액트(Local Act)’와 같이 민간이 성장할 수 있도록 관련된 법과 제도들이 정비되어야 한다. 공공이 민간을 신뢰하고 공공의 기반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는 공정성, 투명성 등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70~80년대 문화원, 90년대 문화의 집, 2000년대 문예회관과 아트센터, 2010년대 지역문화재단이 지역문화 발전의 주요 중심축을 담당해 왔다. 순수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조심스럽게 전망해 본다면 2020년대와 그 이후 지역문화의 주축은 ‘공공의 역할을 담당하는 민간’에게 일정 정도 더 많은 역할과 책임이 요구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역문화의 자생력과 지속성을 위해서는 더욱 더 민간의 역할이 강조될 것이며 이를 지원할 적합한 지원체계도 새롭게 정비되어야 한다는 요구들이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지역문화 인력의 경우 그동안 민간 영역에서 성장한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공에 흡수되어온 것과 반대로 공공이 육성한 인력들이 민간 성장을 이끄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일본이 2000년대 초반 버블경제의 붕괴에 따라 발생한 곤혹스러운 지역쇠퇴와 공공인프라 유지, 관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지정관리자제도’는 도입 초기 ‘공공 문화지원과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문화 공공성의 후퇴’라는 공포를 안겨 주었지만 최근 평가는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다. 2014년, 2015년 두 차례 만난 일본 예술경영학자는 ‘지정관리자제도’가 당초 많은 우려와 걱정을 낳았지만 민간에게는 새로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는 점을 말하고 있었다.


이제 곧 ‘지역문화진흥 기본계획 2025’를 수립해야 한다. 과정, 방향, 과제, 실천방안 등이 시대와 지역 현황에 맞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정리되어 지역문화발전의 터전을 풍요롭게 해 주 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다양한 지역문화 현장의 주요 참여자들이 열심히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지역문화진흥원도 담당해야 할 조그마한 역할이 있을 것이다. 그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참고로 ‘서로의 약속’은 2018 전국생활문화축제에서 46개 기관 참여자들로 구성된 축제 추진단, 기획단, 지역문화진흥원, 그리고 축제 감독 이하 사무국에게 가장 중요한 ‘실천’이었다.



주석
1) 영리단체 (기업체)ㆍ비영리 단체가 융합되어 경영하는 형태로서 시민사회 중심의 3섹터와 구별되는 4섹터를 일컫는다.


필자소개

유상진은 지역문화진흥원 문화사업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옥수바람’과 ‘파란다리’ 활동을 통해 문화영역의 다양하고 새로운 여러 관점과 시각을 배우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앙드레 고르와 그의 부인 도린처럼 되고 싶다는 ‘희망’을 가지고 있다. 1월 한라산 등반을 무척 좋아한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 시 정보 통신망 법에 의해 형사 처벌 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