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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21]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10년, 그 발자취를 따라서
-10년 사업성과평가연구 이슈를 중심으로

발행처 관리자
발행일 2018.12


김아영
(코뮤니타스 연구팀장)

 

200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이하 생문공) 사업이 올해로 10년이다. 하나의 사업이 이토록 긴 호흡을 잃지 않고 지속되는 일은 사실 흔치 않은 일이다.


10년이란 시간 동안 생활문화 관련 정책의 변화, 세대·계층 간 공동체 인식의 변화 등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사업이 어떻게 경과해왔는지,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한 생문공사업의 과제와 미션은 무엇인지를 탐색하는 성과평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생문공은 사업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생활문화에 대한 개념 논쟁과 공동체에 대한 서로 다른 규정 속에서 유사사업과의 변별성 및 정책 지원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에 그간 생문공에서 이슈로 제기된 생활문화와 공동체에 대한 개념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성과평가 연구의 주요 이슈들을 기반으로 생문공의 미션과 과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여전히 생활문화와 공동체에 대한 개념 혼재는 존재하지만, 우선 그간 논의된 주요 개념에 대해 살펴보면,


생활문화, 공동체 패러다임의 전환


생활문화공동체에서 ‘생활문화
- 타인과 관계하는 정체성의 내용을 채워 넣는 자기표현의 기제
- 일상의 문화로서 삶의 양식, 정체성 기술, 그물망 예술로 패러다임 전환


생활문화에 대한 개념 논쟁 중 가장 화두가 되는 것은 기존의 ‘생활문화’ 개념이 비공식예술, 아마추어1)예술, 하위예술 등 수동적이고 비전문적인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사자 주도성과 수요자 중심을 외치는 문화정책 관련 사업에서도 생활문화 사업을 시혜적 차원의 수동적 활동지원 방식으로 진행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생활문화란 지역사회와 일상 속에서 다양한 가치를 생산해 내고, 다시 사회관계에서 작동하며, 일상적 삶과 관계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내재적 자원으로 그 본원적 가치를 드러낸다. 따라서 생활문화를 ‘삶의 양식 모든 것’으로 보며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 속에서 작동하고 구현되는 ‘과정’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일상생활 속에서 밀착해 구체적인 정서, 미시적 취향, 뚜렷한 개성을 구성하고 표현하는 기제로서 활용되어야 한다.


생활문화공동체에서 ‘공동체’
서로 다른 성격/성향/취향을 존중하며 연대하는 개별성과 복수성이 담보 된 느슨한 공동체


공동체 이슈와 관련해서는 개인과 공동체를 대립적인 개념으로 나누어 보지 않는 접근 방식식을 취하고 있다. 개인에게 자리/장소를 마련해주고 그 영토에 울타리를 둘러주는 것이 공동체의 역할로 생활문화공동체는 기존의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존재하는 경직되어있는 집단과 그 단체 내 속한 개인의 이익에 의해 움직이는 폐쇄적 커뮤니티가 아니라는 것이다.


생문공에서 지향하는 공동체는 소통·공유·협력의 과정을 실천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는 삶의 영역에서 문화적 가치를 부여하고 해석하는 과정으로 본 사업에서 지향하는 공동체 활동에 가치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민의 삶과 공동체, 공동체가 속한 지역에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을 사업 목표로 하고 있다면, 그 공동체의 관계망 속에서 주민들의 삶의 문화와 그 속에 가치가 발현될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동체는 개인의 개별성과 주체성이 빛나는 그물망이 되는 것이다. (세부적인 내용은 지난해 연구보고서를 참고하는 것이 좋다)


생활문화공동체사업에 대한 진단과 경로 탐색


다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사업 10년의 과정을 살펴보면,
사업 초기 생문공의 시작은 주민들이 품고 있는 문화와 그 안에 내재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것을 발현할 수 있는 공동체의 증진, 공동체성의 강화 등을 목적으로 설계되었지만, 실제 사업 전개는 문화 향유, 향수, 공급자 중심의 사업으로 전개된 측면이 있다.


사실 생활문화라는 개념 혼재와 마을만들기, 지역재생 사업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공동체(또는 주민역량강화) 사업 속에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지역 구성원과 생태계와의 연관에 대해 더 넓게 인식하기를 요구받고 있다. 여기서 ‘요구받고 있다’는 표현이 부적절할 수 있는데 이는 10년이란 사업의 시간 속에서 사업이 끊임없이 지역(생활권)을 기반으로 일상을 공유하며 지역 읽기와 관계 맺음을 시도하는 방향으로 옮겨 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반증은 기존 예술가나 예술단체의 교육과 강습 프레임을 깨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진행하며, 사업 초기 예술단체 지원 사업처럼 시작된 사업이 2012년을 기점으로 주민공동체, 주민위원회 및 주민 자조모임 등 주민주체 기반으로 옮겨진 변화로 볼 수 있다.


다만, 사업이 지향하고 있는 방향을 실현함에 있어 주민들의 일상적인 문화, 혹은 지역의 전통이나 지역적 삶의 양식을 담은 문화가 아니라 장르중심의 프로그램 문법이 작동되며, 구동방식에 있어서 아직 다양한 경로를 구축하거나 발견해내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생문공의 10년을 복귀하며 주어진 가장 중요한 미션은 사업에 참여한 마을들이 어떻게 활동해왔는지, 사업을 통한 변화는 무엇이며, 현재 남아있는 것은 무엇인지, 개별 지역의 특성에 따라 어떤 접점을 만들어 내며 마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경로를 발견하는 것이다.


졸업단체 추적조사를 통해 본 향후 이슈


10년 성과 평가연구에서는 2009년부터 생문공에 참여해서 졸업하거나 종료한 마을을 대상으로 사업 종료 후 자생적 활동여부나 후속 사업 여부, 주민들의 관계망을 파악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10년 전 사업에 대한 기억을 주민들의 언어로 끄집어내는 일은 사실 쉬운 여정은 아니다. 사업 참여 당시 마을리더나, 고 참여자를 중심으로 1차 추적조사는 마무리되었다. 추가 보완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현재 상황에서 수치로만 해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꽤나 재미있는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사업과 사업 연결해주고 정책의 간극은 메꿔주는 ‘마중물 사업’


추적조사를 통한 첫 번째 발견은 생문공 사업 이후 타 기관/단체의 지원사업을 후속으로 진행한 마을이다. 사업 진행기간에 주민자체 조직이 형성되거나, 사업 종료 이후 사회적경제 주체 등이 설립되며, 마을만들기나 도시재생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마을들을 다수 만날 수 있었다. 타 사업 참여 양태나 경로는 심층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마중물 사업으로 사업과 사업을 연계하고 매개하는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생문공의 경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직의 지속성이 아니라, ‘활동의 지속성’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업의 성과


무엇을 생문공 사업의 성과로 볼 수 있을까? 라는 논의에서 지속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조직 지속성이 아닌 ‘경험의 지속성’으로 보아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이 접근 방식에 매우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가장 관심있게 분석하고 있는 결과는 ‘사업 종료 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마을 활동의 유무’이다. 예산이나 단체와의 교류 종료 이후에도 주민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활동이 지속되고 있게 한 힘은 무엇인지, 이를 가능케 한 작동원리에 대해서도 경로를 추적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주민들의 소통,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통한 지역/마을 공동체 분위기의 전환


졸업단체 추적조사에서 마지막으로 주목하고 있는 결과는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사업 참여에서 ‘좋았던점’에 대한 주민들의 이야기다. 주요 키워드로는 ‘이웃들과의 소통과 단합’, ‘세대공감’ 및 ‘교류증대’, ‘주민 화합’과 ‘친목’ 등이 가장 큰 만족사항으로 나타났으며, ‘삶에 대한 의욕’, ‘새로운 경험’, ‘성취감’ 등 개인적인 변화와 ‘지역에 대한 관심’, ‘마을활동’, ‘정주의향’ 등 마을과 지역에 대한 의견들이 도출되었다.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향후 10년 준비를 위한 과제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은 개개인의 경험과 기억의 공유를 통해 느슨한 관계망을 만들고 그 경험 속에서 수정되고 확장되는 공동의 기억을 만들어 가고 있는 사업이다. 이러한 공동의 기억과 경험은 공동체의 원인이자 결과인 소통과 교류 즉, 커뮤니케이션의 영역이다. 이점에서 추적조사에서 도출된 사업의 좋았던 점 키워드들은 중요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2017년 OECD가 발표한 더 나은 삶 지수(Better Life Index, BLI)2) 중 하나인 ‘공동체(Community) 지수에서 한국은 10점 만점에서 무려 0점으로 최하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정책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만들어진 공동체, 정책주도 공동체사업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제기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사업의 향후 10년을 위한 과제와 이슈는 무엇일까?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사업을 기존 예술정책의 하위범주에서 프로그램 성과평가로 접근하거나, 지역 공동체의 새로운 형성이나 지역문제 해결 등의 목적 중심으로 접근하면 사업이 지닌 기본 방향성과 속성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이웃들과의 대화가 얼마나 증가 하였습니까?
사업을 진행하면서 몇 번의 실패를 경험하셨습니까?
그 과정을 통해 몇 개의 의미 있는 일을 발견하셨습니까?


향후 10년의 미션을 준비하며, 사업의 새로운 성과 지표로 말랑말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사업명과 관련해서도 생활문화+공동체냐, 생활+문화공동체냐, 생활+문화+공동체냐 등 다양한 논의가 함께 병행되고 있다.(사실 이 논의는 10년째 지속중이다) 생활문화나 공동체의 개념을 굳이 재정의하지 않더라도,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마을 내부의 문제(혹은 공유지)를 인식하는 것, 또는 다르게 보는 것, 함께 고민하며 마을 내 관계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에 보다 중심을 둬야하는 것은 아닐까?


독일어 Gemeinschaft (게마인샤프트 : 공동체, 공동사회)라는 단어의 유래는 공유된 것 (Geteiltes)을 의미하는데, ‘공통의’라는 의미를 갖는 gemein이란 형용사에서 파생된 것으로, gemein은 mein, 즉 나의 것이 공통적으로 나눠진 것(geteiltes)을 의미하여, 공동체란 ‘나의 것을 공유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을 통해 주민들이 어떤 삶의 문화를 공유하며 끊임없이 재해석는지, 그 속에 어떤 문화적 가치를 발견하는지를 살펴보는 것. 이는 10년 성과평가 연구의 과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사업 진행에 있어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주석
1) 아마추어(Amateur) : 돈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일을 하며, 전문적 권위나 승진을 위해서가 아닌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프로가 등장한 이후 프로들의 기득권 보호와 강화로 인해 경멸적인 단어로 바뀌었다고 볼 수 있다.
2) 더 나은 삶 지수 : 국민의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11개 지표(시민참여, 교육, 안전, 주거, 소득, 고용, 삶의 만족도, 환경, 건강, 일과 생활의 균형, 공동체 의식)를 각각 0∼10점으로 산정해, 각국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지수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1년부터 매년 이 지수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필자소개

“오래도록 면밀히 바라볼 것 판단은 되도록 유보한 채로...단, 너무 오랫동안 보아 본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눈꺼풀이 되지 않도록 -” -어느 사진작가의 작업노트 中 -

김아영은 미래적 가치를 생각하는 연구공동체 「코뮤니타스」연구 팀장으로 지역 축제 및 문화관련 사업 평가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아직도 연구원이란 감투가 버겁고 무겁다는 그녀에게는 지역과 현장에서 닳아버린 운동화 밑창이 방패이고, 달밤을 지새운 수많은 날의 귀동냥이 밑천이며, 지역과 사람에 대한 엉뚱한 상상이 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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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