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생활문화센터 리플렛

기타

[기획연재 33] 지역문화 진흥을 위하여

발행처 관리자
발행일 2020.01



지금종
지역문화진흥원 이사장

 


 

 

‘지역문화’는 특정 지역의 문화적 상황(보편성)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하기도 하고, 특정 지역의 문화적 특성을 구별 짓는 고유성을 의미하는 말로 사용하기도 한다. 지역문화가 위기다. 지역문화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갈수록 점점 심각한 사회적 환경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역문화가 처한 위기는 지역의 위기와 문화의 위기, 즉 이중적 위기이다. 그러나 한국사회에서 서울, 혹은 수도권 이외의 지역을 관행적으로 ‘지방’이라고 부르는 말에 내포된 중심부와 주변부에 대한 차별적 인식에 대한 저항에서 ‘지역’이라는 용어를 널리 사용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역의 위기의 실체는 지방의 위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의 실체는 수도권 집중의 다른 말이라고 봐야 하니까 말이다. 다시 말해 ‘지역문화’는 수도권 이외 지역의 ‘지방소멸 위기’와 ‘문화’가 중요하다고 가끔 얘기하면서도 사회적 자원 분배의 내용을 따져보면 늘 차별 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비롯되는 ‘문화의 위기’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BTS’나 ‘봉준호’ 등이 주가를 올릴 때만이 문화가 중요하다고 추켜세울 뿐 그러한 결과를 낳는 과정이나 내재한 가치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적절한 자원의 투입도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 사회,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정부, 지방정부가 오직 그런 결과를 활용한 경제적 성과에 목매달고 있다는 것은 상식이 되어 버렸다.

 

더 심각한 건 돈, 사회 인프라, 사람 등 사회적 자원의 수도권 집중 문제나 문화에 대한 상대적 소외, 문화의 도구화 따위만이 ‘지역문화의 위기’를 부르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역문화와 연관된 일을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의 대부분은 다가올 포괄적 지방이양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중앙정부에서 문화부문에 사용했던 예산을 지방에 넘겨주었을 때 지방정부가 그 예산을 문화부문에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는 그 동안 지방정부가 보여 온 정책행태가 신뢰받지 못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지자체장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행사, 낯내는 행사, 혹은 개인이 선호하거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행사 등에는 예산을 아끼지 않지만 시민에게 꼭 필요한 사업에는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현실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분권’과 ‘지방이양’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거쳐야 될 필연적 과제이지만 지역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볼 때는 새로운 위기일 수도 있다. 좀 더 들여다보자. ‘지역’은 다 같은 위계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자연환경과 입지, 역사적 발전 경로에 따라 인구도, 예산규모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광역과 기초지자체로 행정체계가 위계화 되어 있어 지역과 지역 사이에도 권력관계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 지역 내에서도 행정-문화재단-민간 사이의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성은 지탄의 대상이 된지 오래이다. 이처럼 지역문화 활동을 위한 공공지원체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다. 일부 지자체에서 혁신적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기는 하나 대부분 지자체의 경우엔 개선되기보다는 점점 수렁에 빠져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앞에서도 상당수의 지방정부가 아직도 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여전히 ‘성장주의’라는 낡은 관점으로 지역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적지 않은 지역민들이 이러한 낡은 관점에 부응하는 것도 발전에 대한 ‘전환’을 꾀하지 못하는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낡은 관점과 사업 방식으로는 지역민의 삶의 질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지역의 생존 또한 보장할 수 없는 시대로 이미 진입하였다. 거대한 전환을 이루지 못하면 생존을 담보할 수 없는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여기서 ‘지역문화’가 중요해진다. 지역문화는 지역의 고유한 문화정체성과 문화경관, 공동체를 유지, 회복해내는 핵심적 동력이며, 지역 자원의 발굴, 재해석, 의미부여 등을 통해 새로운 지역 발전전략의 견인차가 될 수 있다. 이는 지역문화의 경제적 가치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 문화적 가치가 함께 확산될 때만이 가능한 일이다. 문화적 관점을 근간으로 지역의 미래 비전을 제대로 세우고, 여타 사회 영역과의 네트워크와 협업 구조를 만들고 실천할 때만이 새로운 지역 실현은 가능하다. 그러자면 ‘시민력’을 지속적으로 키우고, 동시에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문화가 활성화되면, 그리고 그 방향이 옳다면 지역이 살아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문화와 경제, 문화와 정치가 선순환을 이루며 만들어 가는 지역의 삶의 방식은 많은 사람과 자원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발산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먼저 지역문화 활성화가 선결 과제가 될 것이다. 사실 지역문화 활성화는 매우 복잡하고 지난한 과제다. 지역과 문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여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회적 자원 투입과 법, 제도 개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것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와 예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실천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문화예술계 종사자들이 법과 제도 개선에 무관심한 경향성을 보이는 것은 아쉬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자신이 속한 기관이나 단체의 이익에 매몰돼 거시적 문화 환경 개선을 도외시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중앙정부에서의 문화부의 역할과 위상 제고, 문화부 직제 개편과 행정 혁신, 정합성이 떨어지는 문화 관련 법률들의 정비, 지역문화진흥체계의 전면적 개선, 지방정부 문화정책 혁신 등 개선 과제가 산적하다.

 

그 중에서도 당장 시급한 과제는 지역문화진흥법 개정이다. 시대 변화에 따라 지역문화진흥체계의 개선, 지방정부 문화정책 혁신 등을 개정안에 담아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경력인증제’ 등 문화계 종사자들의 권익을 높이는 대안을 법령에 담을 필요가 있다. 많은 경우 기간제 비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문화계 종사자들의 권리를 높이는 것이 문화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감내하면서 굳이 문화계에 남고자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기껏 문화판에서 키운 사람을 도시재생 등 여타 사회 영역에 뺏기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밖에도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많은 내용들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입법은 국회의원 또는 정부가 주도하여 발의를 해왔는데 이해당사자인 문화 종사자, 예술인 등의 바람과 욕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측면이 있어 해당 주체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정책의 수혜자이자 주체가 만족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를 바꾸지 못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최근 ‘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에 다양한 민간 전문가, 지역 활동가, 연구자 등이 참여해 지역의 의견을 모으고 계획을 반영시킨 것은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역문화 진흥을 위해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를 풀어나갈 필요가 있다. 이는 문화계 종사자들 스스로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 사회를, 나아가 지구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전환의 발걸음이기도 하다. 문화와 예술이 지역과 사회발전에서의 역할과 파급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흐름에서 보더라도 이 같은 실천은 외면할 수 없는 우리의 과제이다.

 

 


 

필자소개

지금종 지역문화진흥원 이사장은 문화관광부 지역문화TF 전문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역문화위원회 위원(2006), 문화연대 사무총장을 거쳐 현 지역문화네트워크 공동대표와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진흥계획(2020-2025) 기획단장으로 있다. 현재 지역문화진흥원 이사장으로 지역문화 정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본 웹사이트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장치를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 시 정보 통신망 법에 의해 형사 처벌 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게시일 : 2016년 10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