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파동-입자>는 지난 6월 10일, 재즈 피아니스트 이승은이 이끄는 이승은 트리오의 연주였다. 재즈를 기반으로 하지만, 유럽 클래식의 영향을 크게 받은 이승은은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에서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아티스트였다.
두 번째 <파동-입자>는 지난 7월 16일,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있다’의 공연이었다. 사이키델릭 앰비언스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장르를 기반으로 한 아티스트 ‘있다’는 현재 남편과 아이와 함께 ‘텐거’라는 음악 그룹으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장난감 악기들과 피아노, 그리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함께한 공연은 마치 자연 속에 들어온 듯한 공연이었다. 관객들의 목소리를 마이크로 녹음하여 반복 재생시키며 진행된 퍼포먼스는 마치 소리로 이루어진 숲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세 번째 <파동-입자>는 7월 22일 진행된 공연으로 클래식기타로 동시대음악을 만드는 아티스트 네드 달링턴과 정가를 노래하는 가객 최여완 그리고 작곡가 김혜연의 전자음향이 콜라보된 공연이다. 동서양의 전통을 엮어 새로운 맥락을 만들고, 전자음향이 가진 동시대성을 결합한 매력적인 공연이었다.
<사상-지평>은, 블랙홀의 경계면인 ‘사건의 지평선’에서 착안한 이름으로 음악이 가진 사상의 지평을 확대하는 공연을 소개하는 시리즈이다. ‘아방가르드’ 음악들은 악기가 가진 연주의 한계를 넓히고, 음악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또한 공연 방식에 대한 실험, 혹은 학문적인 성격의 렉쳐 등을 모두 다룰 예정이다.
8월에는 세 건의 <사상-지평> 시리즈가 예정되어 있는데, 8월 6일에 진행될 작곡가 김승연과 철학자 박임준호의 콜라보 공연이 그 첫 번째다. 헤겔 철학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이를 통해 베토벤 ‘열정소나타’ 1악장을 해석하는 방식에 대해 렉쳐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된다. 또한 작곡가 김승연의 신작도 발표될 예정이다.
두 번째 <사상-지평>은 8월 20일부터 21일까지, 1박 2일 동안 에릭 사티의 <벡사시옹>이 피아니스트 오의진에 의해서 연주된다. <벡사시옹>은 짧은 음악을 840번 동안 반복해야 하는 작품으로, ‘가구음악’이라는 개념의 창시자로 불리는 에릭 사티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을 연주한 해외 기록들은 많지만, 한국에서는 처음 도전하는 것으로 의미가 있는 공연이 될 것이다.
세 번째 <사상-지평>은 8월 27일, 아티스트 김민아와 물리학자 박문집의 콜라보 공연이다. ‘중력장’이라는 현상에 대한 박문집의 강의에 이어 김민아의 즉흥 퍼포먼스가 예정되어 있다.
▲ 흑석동의 낮과 밤 (사진 출처 : 케이뮤직공방)
마지막으로 중력장에서 진행되었던 공연 중 흥미로운 시리즈 공연은, ‘흑석동의 낮과 밤’이다. 동시대음악을 주로 다루는 아티스트 콜렉티브 ‘아트 인큐베이터’에서 주관하는 이 공연은 여러 명의 아티스트들이 낮과 밤에 걸쳐 연주하며, 술과 함께 조금 더 편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지난 5월 28일에 성공적으로 진행된 첫번째 ‘흑석동의 낮과 밤’ 중 낮에는 중력장 홀에서 서양악기 연주자들의 현대음악공연을 진행하였다. 첼리스트 이금희, 플루티스트 오은혜, 퍼커셔니스트 진유영의 연주로 진행되었으며, 동시대음악이지만 조금 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밤에는 옥상에서 전자음악 아티스트들의 공연이 열렸다. 좋은 날씨와 탁트인 뷰가 다소 난해할 수 있는 전자음악 공연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흑석동의 낮과 밤’은 9월 18일에 두 번째 공연이 열릴 예정으로, 현충로가 배경인 옥상에서 좋은 분위기와 함께 새로운 음악을 들어보고 싶으신 분들은 관심을 가져봄 직하다.
▲ 음악공간 중력장 이용석 대표
이처럼 중력장의 시리즈들은, 전통적인 예술공간에서 진행되기 힘든 새로운 시도를 담은 공연, 퍼포먼스들을 모아놓는다. 새로운 개념의 공연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이유는, 이 공연들이 전통적인 공간에서 산발적으로 행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공간에 맞지 않기에 아티스트와 청중 모두 심적으로 부담이 있으며, 공간들도 프로모션을 하는 방식에 있어 시너지가 일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앞으로 흑석동의 작지만 알찬 공연장 중력장에서, 새로운 시도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이 시도들이 우리나라의 예술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중력장의 공연이 궁금한 분들과, 공연하고자 하는 아티스트 모두 인스타그램 @musicspacegf를 통해서 소통이 가능하다. 앞으로 진행될 공연과 아티스트 공모 등의 정보들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된다.
아티스트에게는 새로운 작업을 부담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장소로, 또, 새로운 경험을 주저하지 않는 음악계의 얼리어답터들에게 이 공간이 늘 새롭고 즐거운 놀이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재단법인 동작문화재단
